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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당뇨병 스마트 기기에 건보 적용을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





첨단 스마트 의료기기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 췌장에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하루에도 여러 차례 스스로 손끝 채혈을 해 혈당검사를 하고 인슐린 주사를 해야 하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새 첨단기기들도 최근 몇 년 새 선진국을 중심으로 속속 출시돼 치료 방법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밥·빵·라면·설탕 등 탄수화물·당류를 먹으면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포도당은 혈액을 타고 뇌·근육 등 인체조직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정상인의 경우 공복 때는 인슐린이 소량씩 나오다가 식사 후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 즉 혈당이 올라가는 것에 정확히 반응해 필요한 양의 인슐린이 바로 분비된다. 인슐린의 작용으로 혈당은 다시 공복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간다.

이와 비슷하게 1형 당뇨병 환자도 식사를 할 때마다 혈당을 측정하고 식사량에 맞춰 초속효성 인슐린 주사를 한다. 평상시와 비슷한 식사와 운동을 할 것으로 가정하고 초속효성 주사를 하지만 식사량이 달라지기도 하고 소화가 안 돼 섭취한 것만큼 혈당이 올라가지 않기도 한다. 또 식후 활동량이 달라지거나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가 갑자기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혈당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인슐린 분비능이 없는 환자의 혈당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일상에서 너무 많다. 이 때문에 하루 몇 차례 손끝 채혈과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정상에 가깝게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다. 뇌와 신경기관에 공급되는 포도당이 부족해져 현기증·피로감을 느끼고 의식을 잃거나 사망할 수 있는 저혈당에 대한 공포도 크다. 그래서 혈당이 높은 상태로 지내는 환자들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속혈당측정 기기들이 개발됐다. 인슐린 펜 형태의 주사나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1형 당뇨병 환자 모두에게서 연속혈당측정기가 손끝 채혈보다 고혈당 및 저혈당 발생을 월등히 줄여주는 것으로 입증됐다.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이들 기기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선진국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손끝 채혈 없이 혈당을 지속적이고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저혈당·고혈당 발생 사실을 알려주며 스마트폰과 연동해 학교·직장에 있는 환자의 혈당값을 가족·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제품도 개발되고 있다.



1형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어지고 저혈당 발생 경험이 많으면 중증 저혈당을 인지하지 못하는 저혈당 무감지증이 발생한다. 이런 환자에게는 인공췌장 기능이 있는 인슐린 펌프가 꼭 필요하다.

인공췌장 기능은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과 비슷하게 단계별로 개발되고 있다. 1단계 제품은 저혈당 발생을 예측해 스스로 인슐린 주입을 멈추는 기능으로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보다 중증 저혈당 발생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시판되고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경제력이 있는 극히 소수의 환자들만 사용 중이다.

2단계 제품은 기저 인슐린이 자동 조절되고 식사 때는 사용자가 인슐린 주입량을 정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다.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국내에 수입되지 않고 있다.

3단계 제품은 식사 때 인슐린도 자동 조절되는 좀 더 완전한 인공췌장 기능을 가졌다. 몇몇 임상 연구에서 효능을 입증하고 있어 수년 안에 상품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속혈당측정기나 인공췌장 기능을 가진 인슐린 펌프 같은 첨단기기들은 꽤 비싸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둘러 건강보험을 적용해 필요한 환자들이 제때 첨단기기의 도움을 받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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