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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전기준' 한미FTA 화약고 부상]'빨간 방향지시등 車'도 그대로 한국서 판매

미국 수입차량 의무대상서 빠져

소규모 제작사 기준 연도 변경

환경기준 강화도 예외 요구 전망

한국GM이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임팔라’ 차량은 빨간색 방향지시등이 장착된 채 국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황색만, 미국에서는 주황색과 빨간색 모두 허용된다.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한국 운전자들이 브레이크등으로 오인해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한국으로 들여오는 차량에 대해 방향지시등을 주황색으로 바꿔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업계와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를 근거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3월 미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이러한 우리 정부의 권고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오르막 등에서 전조등 방향을 자동으로 낮추는 광축조절장치가 한국에서는 의무화돼 있지만 미국 수입 차량은 의무대상이 아니다. 반대 차선 운전자가 강력한 불빛에 잠시 시력을 잃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아 ‘살인 광선’이라고도 불리지만 미국 수입차만 단속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게 가능한 이유는 2010년 한미 FTA 재협상을 하면서 업체당 6,500대 허용하던 것을 2만5,000대까지 늘리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측이 이마저도 더 늘려달라고 할 가능성이 큰 이유는 무역적자 해소와 비용 탓이다. 자동차 분야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 차량의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 쿼터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시장이 작은데다 유럽 차에 밀리고 있는데 굳이 한국 규제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안 그래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데 비용이 추가되면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업계는 GM이 한국의 안전기준에 맞추려면 최대 7,500만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환경기준에서도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미 FTA에 따라 미국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연간 4,500대 이하를 판매하는 ‘소규모 제작사’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1㎞당 123g 이하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하지만 이들 업체는 현재 이보다 16% 완화된 142g 이하까지 허용된다. 현재 GM만 국내에 수입하는 차량이 1만3,000대가 넘는데 소규모 제작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는 2009년 판매량을 적용받는 탓이다. 환경부가 이에 대해 2020년까지 완화 기준을 8%까지 강화하고 소규모 제작사 기준 연도 변경도 고려하고 있어 미국 업계는 ‘예외 인정’을 이미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GM과 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자동차 ‘빅3’로 구성된 미국 자동차산업 정책위원회(AAPC)는 5월 이와 관련해 “한국의 수출장벽이 높다”며 안전기준과 환경기준에서 미국 업체들만 예외로 해달라는 ‘현저한 무역적자의 요인’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문제는 미국이 유독 한국에만 이 조건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수출량이 더 적은 일본에는 일본 자동차 안전 규정에 맞춰 수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미국 차가 잘 안 팔리는 것은 유럽차에 비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지 않다는 시장의 판단 때문인데 안전·환경 규제를 예외로 한다고 근본적인 경쟁력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유독 한국에만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단호하게 끊어내기 어려운 속사정도 있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의 미국 수출에 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 조건을 포기하더라도 반덤핑 관세 등 보호무역 조치를 통해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0년 한미 FTA 재협상 당시에도 자동차를 미국에 내주고 돼지고기와 의약품 분야에서 양보를 얻어낸 만큼 다른 분야와의 복잡한 셈법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우선 FTA 정신에 어긋나 그럴 요구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관세를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FTA를 하지 말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요구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쿼터 문제에 있어서는 지금도 쿼터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상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기존의 틀을 파괴하는 경향이 강해 섣불리 확신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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