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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건축문화대상-일반주거부문 대상]'기억의 사원' 설계자, 민규암 토마건축사사무소 대표

"건물이란 생존 넘어 기억을 만드는 장치

전통 중시, 화려한 치장보다 본질에 집중"





“제가 생각하는 건물이란 기억을 형성하는 장치입니다. ‘건축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어 보이는 것으로 구현되었다가 다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사라진다’는 건축가 루이스 칸의 말처럼 설계자의 생각이 건축을 만들고 건축은 다시 방문자에게 기억을 남기게 되는 과정을 지닙니다. 흔히 건물을 살기 위한 생존의 개념에서 짓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최하 수준의 조건일 뿐입니다.”

201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 부문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토마건축사사무소의 민규암(사진) 대표는 건축, 그리고 건축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아무런 걸림돌 없이 전개되는 뛰어난 음악, 소설 작품과 같이 공간과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그 사이에서 이용자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설계, 그 과정에 느꼈던 감각의 총체를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곧 건축의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민 대표는 건축에서 전통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과거의 유산과 역사의식이 없다면 모든 것에 대한 해석과 창작은 근거와 기준을 잃고 말 것’(단행본 ‘집 더하기 삶’ 중에서)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민 대표는 “현대건축은 실패하는 과정에 있다. 새로운 기술, 공법 등으로 예전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음에도 그렇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마디로 현대건축은 외관은 화려해 지지만 내부는 가난한 ‘외화내빈’의 상태라는 그의 진단이다. “예를 들어 한옥을 생각해봅시다. 한옥은 짓는 방식 거의 비슷하고 기술적으로 특별한 건축은 아닙니다. 근데 요즈음 만들어지는 건물보다 훨씬 낫습니다. 왜 그럴까요? 결국 기술, 재료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죠. 얼마만큼 본질에 다가갈 수 있나는 정신적인 문제입니다.”

이같이 전통을 중시하는 생각은 ‘건물을 화려한 것으로 치장하지 않는 대신 최소한의 요소로 본질을 드러내야 한다’는 그의 건축 철학과도 이어진다. 민 대표에게 평소 설계 작업에서 건물 외형의 모티브를 어디서 얻냐는 물음에 그는 단호하게 “모티브, 디자인 이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좋지 않다”면서 “좋은 건축이란 건물이 세워질 기반인 땅에 맞는 공간을 구상하고 그 공간들을 훌륭한 한 편의 소설처럼 흔들림 없이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질에 다가가려는 노력의 하나로 그는 그동안 주택설계에 큰 공을 들여왔다. 건축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 주택에 녹아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설계한 ‘한호재’, ‘첨성재’, ‘SS주택’, ‘생각 속의 집’ 등의 다수의 주택들은 건축계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민 대표는 “건축이 조각, 장치, 디스플레이와 구별되는 분야가 바로 주택”이라면서 “주택이 인간의 원초적인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상업 건축에서와 같이 보여주기식 억지로 주택을 지어놓으면 금방 문제가 생긴다”면서 “그래서 주택은 근본적인 분야이고 접근하게는 게 어렵지만 건축의 시작점인 만큼 앞으로도 주택 설계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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