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역시 새로운 출발점에서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느낍니다.”(문재인 대통령)
“양측의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 중한관계를 조속히 정상적인 궤도에 추진해 나가길 희망합니다.”(리커창 중국 총리)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양자 회담을 열고 이같이 양국간 관계 회복 의지를 확인했다. 앞서 지난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한중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회복의 물꼬를 튼데 따른 실질적인 후속 성과로 평가된다.
당초보다 지연된 저녁 8시50분께 시작한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구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그간 아쉬움을 기회로 전환시키고 서로 지혜를 모은다면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걸 확신한다”고 낙관했다. 문 대통령은 꽃이 한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라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라는 중국의 고사성어를 언급했다. 이어서 “양국 국민들이 한중관계가 진정한 봄을 맞이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도 이에 즉시 화답했다. 그는 “양측은 예민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진전을 이뤘다”며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한 한중 갈등이 해빙 국면을 맞았음을 시사했다. 이어 “중한관계도 적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울여주신 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고사성어 인용에 화답하며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강물에서 있는 오리가 먼저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다”는 고전시인 소동파의 시구를 인용하며 조속한 관계 정상화 희망의 뜻을 밝혔다.
이날 회담에선 주로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교류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앞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합의했을 당시 발효 후 2년 이내에 서비스·투자 부문 후속협상을 개시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2015년 12월20일이 발효일이었으므로 올해 12월20일 안에 양국은 협상 개시를 선언해야 한다. 서비스·투자 부문은 중국 시장을 뚫으려는 우리와 막으려는 중국 간 이견이 첨예해 추가협상을 하기로 하고 일단 FTA를 타결했다. 양국 경제협력 등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우리 기업의 협력 강화, 스마트 그리드 등 전력망 협력 강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관련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커창 총리와 회담 이후에는 한·필리핀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회담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방산분야 등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리 총리와 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갖고 한·아세안간 대화 관계가 수립된 30주년이 되는 2019년에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해 관계 발전의 새 이정표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의 추가자유화 등을 통해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교류하는 열린 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당일 오후 아세안 기업투자 서밋(ABIS)에서 연설을 통해 신(新)남방정책의 구체적 청사진과 한-아세안 협력방안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고 협력기금 출연 규모도 2019년까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연간 1,400만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메콩 협력기금을 현재의 세 배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2020년까지 상호 교역규모 2,000억달러 목표를 달성하고 ‘글로벌 인프라 펀드’에 2022년까지 1억달러를 추가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교통·에너지·수자원관리·스마트정보통신 등 4대 중점 협력분야를 제시하기도 했다. /마닐라=민병권기자·김희원기자·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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