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핵 동결·폐기에 상응한 한미군사연습 중단 여부와 관련해 “일단 (북한과) 대화에 들어간다면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지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일정 등을 마친 후 국내 취재진의 프레스센터를 깜짝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 동결·폐기로 넘어가는 절차에 따라 시차를 두고라도 한미군사연습을 중단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초반에는 “그렇게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것은 정말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며 부정적 뉘앙스를 내비쳤다. 이어 “북핵 미사일이 고도화된 상황에 비춰보면 이른 시일 내 북핵의 완전한 폐기로 가기가 쉽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곧이어 “일단 북핵을 동결시키고 그다음에 완전한 폐기로 나아가는 그런 식의 협의가 될 수 있고 그런 식의 협의가 된다면 거기에 상응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대화에 들어간다면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요청받았던 ‘인도·태평양 안보체제 동참에 대한 입장은 어떤지 묻는 질문에 “인도·태평양의 어떤 경제 분야,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이라면 우리도 그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협력의 어떤 축으로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 취지를 처음 듣는 우리로서는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 입장표명은 유보하고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앞으로 듣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오는 12월 방중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다시 언급할 것으로 예상하는지에 대해 “다음 방중 때는 사드 문제가 의제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봉인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며 여전히 자국의 안보 문제를 침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3개국 순방에 대해 “다 함께 고생했지만 꽤 성과와 보람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특히 아세안과의 관계를 대폭 강화하기 위한 신남방정책을 천명했고 그에 대한 아세안 각국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아세안과 중소기업 분야, 금융 및 서비스, 방산 분야, 스마트시티 분야 등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오는 2022년까지 아세안과 한국 간 교역액을 2,000억달러로 늘리는 합의로 실리도 얻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해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력하고 있고 IOC 측에서도 북한 참가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례를 보면 북한은 늘 마지막 순간에 결정하고 표명한다고 되짚었다. 문 대통령은 “남성 혼성 피겨 쪽에서 북한이 출전권을 획득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획득할지 여부는 대회가 임박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닐라=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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