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5일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20일 재판에 넘겨진 지 360일 만이다.
재판부는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 사이의 문건 유출에 대한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최씨에게 전달한 문건은 고도의 비밀 유지가 필요한 청와대 문건이라 민간인에 불과한 최씨에게 절대 유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도 대통령이 건건이 지시한 건 아니지만, 포괄적으로 최씨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해 문건을 보냈다고 진술하는 등 대통령의 포괄적이고 명시적, 묵시적인 지시에 따른 것임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작년 10월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취임 후 최씨 의견을 들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대통령도 청와대 문건이 최씨에게 전달된다는 걸 당연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대통령과 피고인 사이에는 공무상 비밀 누설 범행에 대한 암묵적 의사 연락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어서 공모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검찰이 기소한 유출 문건 47건 가운데 33건은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가 아닌 위법수집 증거라며 이 부분은 무죄라 전했다. 법원이 허락한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문건이 아니라는 게 재판부 판단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도 유죄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최씨에게 고도의 비밀이 유지되는 청와대 문건을 전달해 공직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정질서를 어지럽혔다”며 “국정농단의 단초를 제공해 국민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또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없이 응하지 않아 진상규명을 원하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범행 횟수나 피고인이 누설한 비밀의 보호 필요성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무겁다”며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필요해 실형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되고, 사익을 추구하기 위함도 아니었던 점, 국회 증인 출석엔 불응했지만, 그 이후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증인 소환에 응해 상세히 증언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공개했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이 사용한 휴대전화는 범행에 이용된 것이라며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힌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드레스덴 연설문’, ‘해외순방 일정표’ 등 비밀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재판 도중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사실상 5월 초 증거조사가 마무리됐지만, 공무상 비밀누설의 공범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 재판 때문에 5개월 넘게 심리 종결을 연기해 왔다.
그러다 지난달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에 반발해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하자 재판부가 분리 선고를 결정한 바 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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