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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5.4 강진, 피해현장 가보니]"또 올지 모른다" 작은 흔들림에 화들짝…"포항 탈출하자" 역사 북새통

아파트 기울고 문화재도 파손

"도저히 집에 못 있겠다" 불안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흥해읍의 흥해경희요양병원 1층 강당에서 지난밤 지진으로 5층 병실에서 대피해 밤을 지샌 양순선씨가 남편 이병태씨의 도움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포항=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흥해읍 옥성2리의 한 주택 2층이 전날 지진으로 한쪽 벽이 완전히 벗겨져 있다. 지진으로 이 마을 주택 대부분이 금이 가거나 벽이 무너진 상황이다. /포항=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경북 포항 시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16일 아침을 맞았다. 전날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흔들리는 공포를 겪은 사람들은 “지진이 또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특히 지진의 진앙지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타격이 컸다. 흥해읍은 예전 영일군에 속했으나 포항이 시로 승격하면서 흡수돼 포항시 흥해읍이 됐다. 이 때문에 주변으로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이 있지만 읍내는 낡은 곳이 많다. 30년 넘은 아파트가 많고 주택은 더 오래됐다. 지진은 오래돼 낡은 곳에 더 심각한 상처를 줬다.

지난 1988년 준공된 대성아파트는 1개 동이 지진으로 5도 정도 기울었다. 이 건물은 당연히 내진 설계는 전혀 돼 있지 않다. 이곳에 산다는 주부 A씨는 “집에 거울이 다 깨지고 냉장고 문이 열려 내용물도 다 쏟아져 나왔다”며 “3층에서 내려오는데 계단도 엉망이어서 겨우 빠져나왔다”고 당시 혼란스럽던 상황을 떠올렸다. A씨는 아들·남편과 함께 흥해체육관에서 밤을 새웠다. A씨는 불편한 체육관 생활보다는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오전9시30분쯤 또 한 번의 여진이 일었다. 곳곳에서 동시에 ‘엄마야!’ 하는 소리가 들렸고, A씨는 아들을 꼭 껴안고 누웠다. 잠시 후 수백개의 휴대폰에서 일시에 ‘픽, 픽’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규모 3.8이었다. 술렁거리던 소리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줄어들었다.

고3 수험생도 만날 수 있었다. 윤나영양은 “오늘도 여진이 났는데 시험을 치렀으면 중간에 나올 뻔했다”며 “지진이 계속 나면 문제 풀 때 집중이 안 돼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윤 양은 또 “영천이나 대구 가서 시험을 친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많아 혼란스럽다”고 걱정을 이어갔다.

병자들은 더 불안한 상황을 맞고 있었다. 아내가 흥해경희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병태(68)씨는 큰 지진 당시 병원 인근의 집에 있다가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 5층 병실에 있던 아내 양순선(67)씨는 병원 관계자들에 의해 1층으로 옮겨진 상태였다. 일부는 넘어지기도 했으나 다행히 다친 환자는 없었다. 이씨는 아내와 함께 있다 눈을 붙이기 위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흥해체육관에서 밤을 새운 뒤 다시 병원을 찾은 것이다. 이씨는 “그냥 걱정돼 이렇게 있다”고 짧게 대답한 뒤 아내의 아침식사를 계속 챙겼다.



지난 15일 포항시 흥해읍 용천리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1,500여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대부분 흥해읍 주민으로 13곳에 분산돼 지내고 있다. 일부는 집에 남아 있기도 하지만 계속되는 여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시간 포항을 빠져나가는 시민들이 늘고 있었다. 포항 북구 흥해읍 KTX 포항역사는 아침 일찍부터 평일인데도 주말 못지않은 인원이 몰렸다. 북구 장성동에 산다는 이모(38)씨는 “온 가족이 밤새 차 안에 머물렀다가 일찍 포항역으로 왔다”며 “이번주까지 휴교인데 18층에 살아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 친정이 있는 대구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소 승객이 없어 한산하기로 유명한 포항공항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날 오전10시10분 포항을 첫 출발한 대한한공 150인승 김포행 여객기는 평소의 2배가 넘는 90명이 탑승했다. 포항∼영덕을 오가는 7번 국도와 포항∼대구 고속도로 통행량도 15일 지진 발생 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지진이 있고 난 후 저녁부터 고속도로에 차량이 늘고 있다”며 “포항을 빠져나간 차량이 평소보다 25%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항 지진은 문화재도 손상시켰다. 문화재청은 포항 지진으로 국가지정문화재 8건, 시도지정문화재 7건, 문화재자료 2건 등 총 17건의 문화재가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보물 제1868호인 포항 보경사 적광전을 비롯해 보물 제411호 경주 양동 무첨당, 보물 제833호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양동 무첨당은 내림마루 수키와 및 수막새가 탈락했고 기림사 대적광전은 공포 이완 및 균열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경주 양동마을 송첨 종택, 경주 양동마을 수졸당 고택, 경주 양동마을 두곡 고택, 경주 양동마을 사호당 고택 등이 피해를 입었다. 유형별로는 기와 탈락 12건, 벽체 일부 균열 3건, 지붕 흙 낙하와 공포 균열 각 1건이다. /포항=장지승·우영탁기자 jjs@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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