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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환란...그후 20년-심포지엄] "비용부담 막대한 일자리정책...기업에만 떠맡기면 성공 못해"

노사분담 없으면 물가 상승 → 소비 약화 → 기업 고용감소

노동계도 어떤 형식으로든 부담 함께 할 방안 찾아야

공공 일자리 창출, 임금·인사제도 유연화 병행 안되면

성장 '마중물' 아니라 '고인물' 돼 다음 정권에도 부담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이 산업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1997년 환란…그 후 20년’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권순원(오른쪽부터)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오영석 산업연구원 통계분석실장,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송은석기자








“일자리 정책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노동권 보장 등은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결국 기업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서울경제신문이 2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산업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1997 환란…그 후 20년’ 심포지엄에서 “노사정 대타협이든, 노동계의 자발적 책임선언 방식이든 어떻게든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최저임금·비정규직 정책 등이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가하는 비용을 노사가 분담하지 않으면 가격이 오르게 되고 결국 소비자의 구매력 약화, 기업의 고용 감소 등의 결과를 낳게 돼 일자리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일자리 정책은 산업·공공·노동 구조개혁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공공 부문에서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는데 국민들의 동의를 구한다면 그건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수요가 늘고 있는 공공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괜찮지만 관치경제에서 규제하던 정부 공무원을 늘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 부문 노동 시장이 경직돼 있다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는 만큼 공공 부문의 일자리 창출은 임금 및 인사·근로시간제도의 유연화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 ‘마중물’이 아니라 ‘고인 물’이 될 수 있고 다음 정권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도 견해를 나타냈다. 특히 임금 및 직무체계 등이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한을 정해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잘만 기획하면 괜찮을 수 있다”면서도 “정상적이라면 임금 및 직무체계를 다 확정하고 채용을 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근로자에게 ‘선물 주기식’으로 오퍼를 한 뒤 사용자와 근로자가 고용조건을 따지니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근로자들을) 쫓아다니면서 사정하는 꼴인데 이는 노동 시장 이중구조의 틀을 바꾸기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근로자 복지 확대 차원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적 개선과 영세사업장의 생산성 향상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금을 올려 일자리의 질을 높이면 단기적으로는 고용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력단절여성·청년들에게 ‘월 200만원 정도 받으면 해볼 만하네’라는 생각이 들게 해 고용 시장에 인력들이 나오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일자리 질의 제고를 통해 인력이 고급화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산업 정책적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분담에 대해서는 사회적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년간 역대 정권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최 교수는 “역대 정권은 예외 없이 모두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며 “보수는 보수대로, 또 진보는 진보대로 노동 유연성 제고, 고용 안정성 확보 등 자기 메뉴를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굉장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올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공공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의 노동개혁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최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제대로 된 전략을 짜지 못하고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하다 결국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는 노동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을 놓고 20년간 줄다리기를 해왔다. 보수 정권은 정규직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았고 진보 정부는 우리나라의 노동 시장은 너무 유연한 것이 문제라며 고용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양 진영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논쟁은 별다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최 교수는 “공약과 국정과제 등을 살펴볼 때 문재인 정부가 ‘쉬운 해고’ 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며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혁 등에 나서야 한다. 노동계도 고용 유연성 제고가 아닌 임금 유연화를 위한 개혁에는 참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선택은 민주노총을 노사정위에 복귀시켜 모든 것을 단번에 해결 짓는 대타협(패키지딜)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 임금개혁 등 이슈에 따라 국회와 노사, 정부 등으로 논의 주도 주체를 달리해야 한다”며 “정부는 연공형 임금직무체계를 개선하고 직무형 단일 노동 시장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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