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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한중일 정상회담서 '재난공동대응' 제안하자

민병권 정치부 차장

민병권 차장




지난 1970년대 초 경남 하동군 수문동의 해안가를 조사하던 양승영 경북대 교수의 눈에 오래된 알껍데기로 보이는 화석이 들어왔다. 한반도에서 최초로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순간이다. 이후 학계의 연구로 한반도에서도 공룡이 번성했음이 확인됐다. 주로 백악기 무렵이었다. 그런데 이후 지층에서는 한반도 공룡 화석을 찾기 어려웠다. 거의 대멸종 수준에 이른 것이다.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대규모의 화산 폭발이다. 이 무렵 한반도는 화산 활동과 지진이 격렬하게 일어난 ‘불의 고리’에 있었던 것이다.

이후 지속적인 대륙운동 속에 한반도는 불의 고리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한반도를 이루는 지층 자체도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주로 선캄브리아기처럼 매우 오래전에 형성된 노년기 지층이기 때문이다.

안정된 지층구조는 도리어 한국의 지질학 발전에 악재였다. 지질학적 요인에 따른 대재앙의 발생 확률이 적다 보니 정부와 민간 모두 관련 분야의 연구·투자·인재육성을 게을리했다. 심지어는 지표 및 지각 내부의 구조를 분석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지질도조차도 정밀도가 미흡하고 최신 지층구조의 변화를 담아낸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관계 당국과 학계 모두 과거의 단편적인 데이터만을 갖고 지진 위험성 등에 대해 섣부른 낙관론을 내놓고는 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최근의 포항 지진 사태는 지질학 연구와 방재에 나태했던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그나마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중심이 돼 경주·포항 등 위험 지역에 대한 지층 분석 작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어려움이 적지 않다. 예산과 장비·노하우가 부족할 뿐 아니라 당장 쓸 만한 전공자도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빠른 대처를 위해서는 우리끼리 고군분투할 것이 아니라 주변국과의 국제 공조에 나설 필요가 있다. 경주·포항 등의 지층 분석과 방재 시스템 구축은 일본과, 백두산 화산 등에 대한 대응은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할 유인이 있다. 지진·화산 같은 지질학적 재앙은 발생국뿐 아니라 주변국으로도 확산될 수 있으므로 미리 주변국들이 협력해 대처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 그런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방중 및 이후 방일시 정상회담에서 ‘동북아 재난 공동대응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시기를 제언한다. 향후 남북관계가 해빙된다면 한반도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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