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소비자가전(CE) 부문 내 있던 의료기기사업부를 전사 조직으로 독립시켰다. 삼성전자는 의료기기 사업을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후 다각도로 키워왔다. 삼성전자는 기업 간 거래(B2B)인 의료기기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CE 부문에서 분리했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삼성메디슨과의 합병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옛 미래전략실 핵심 멤버였던 김용관 부사장도 최근 의료기기사업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 CE 부문 산하 의료기기사업부를 별도의 전사 조직으로 떼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의료기기사업부의 조직 개편 내용을 대외에 발표하지 않았다. CE 부문에는 의료기기사업부가 속해 있지만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가 주축 사업부다. 의료기기사업부의 매출 비중도 미미한 수준이다.
의료기기사업부 독립과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TV와 생활가전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이지만 의료기기의 경우 전형적인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이라면서 “그간 이질적인 사업이 CE 부문에 함께 있어 생겼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의료기기사업부가 CE 부문에서 독립하면서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전동수 사장의 역할이 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에는 전 사장이 CE 부문장의 컨트롤을 받았지만 이제는 전사 조직으로 분리된 만큼 전권을 틀어쥐고 책임경영에 몰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합설이 끊이지 않았던 삼성메디슨과 의료기기사업부의 합병 가능성이 조직 개편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은 2010년 말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현 삼성메디슨)을 인수한 후 의료기기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투자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높은 진입 장벽 등으로 초기 적자가 누적됐다. 지난해에는 삼성SDS 대표로 있던 전동수 사장을 ‘해결사’로 전격 투입,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전 사장은 강력한 추진력이 강점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삼성메디슨은 올해는 3·4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첫 흑자 달성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안팎에서는 의료기기사업부를 떼어내 삼성메디슨에 합병시키는 방안과 삼성메디슨을 의료기기사업부에 흡수시키는 양방향 모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메디슨과 의료기기사업부가 통합된다는 결과는 한 가지지만 통합된 의료기기 사업이 삼성전자 내부 조직으로 남느냐, 아니면 삼성메디슨처럼 별도 계열사로 남느냐의 차이가 있다. 여기에 미전실 전략팀 출신인 김용관 부사장이 의료기기사업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김 부사장이 조직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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