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불암산에서 삼국시대 고구려 보루(堡壘)로 추정되는 유적이 일부 발견됐다. 정식 발굴조사로 확증된 건 아니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육군사관학교(학교장 김완태)는 “불암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약 2㎞ 떨어진 해발 210m 부근 평탄지 주변에서 고구려 보루로 보이는 석축 시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보루는 성보다는 규모가 작은 방어시설이다. 유적을 찾아낸 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군사학과 교수에 따르면 평탄지는 남북 길이 약 35m, 동서 길이 약 8m로 전체 둘레가 90m 내외로 추정된다. 형태는 남쪽이 북쪽보다 조금 더 넓은 타원형이다. 평탄지 중심에는 길이가 8.4m인 석재가 일부 드러나 있다.
현재 석축 시설은 서북쪽과 서남쪽에 약 30m 남아 있다. 대부분이 2~3단이었고 1단이나 4단 석축도 발견됐다. 성돌 크기는 한 변 길이가 10~24㎝로 일정하지 못하다. 이 교수는 “2015년 불암산에 산불이 나면서 낙엽에 가려져 있던 유적이 드러난 것 같다”며 “평탄지 동쪽은 경사가 급하고 낙엽이 많아 보루 추정 유적이 있는지 조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탄지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서쪽에 또 다른 석축 시설이 집중돼 있다”며 “중랑천 방향을 방어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근 아차산, 망우산, 수락산, 봉화산 등지에서도 발견된 고구려 보루는 5~6세기 고구려가 남진 정책을 펴면서 축조했다. 이 교수는 “아차산에 있는 고구려 보루처럼 타원형이고, 노원구와 남양주 별내가 잘 보이는 지점에 있다는 점에서 보루일 가능성이 있다”며 “고구려 보루 분포상 수락산과 아차산 중간에 있는 불암산에도 방어시설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불암산 유적은 정식 발굴조사를 거쳐 고구려 보루로 확증한 것은 아니다. 고구려 보루 전문가인 백종오 한국교통대 교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불암산 유적을 사진으로 본 백 교수는 “석축 시설이 인공 구조물인 것은 확실하지만, 보루인지 아니면 보루를 후대에 전용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지표조사와 시굴조사를 진행하고 주변에 있는 다른 고구려 보루와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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