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까지 양도세 중과 방침이 유예돼 그 전에 다주택자 물건이 쏟아질 걸로 예상했는데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주거복지로드맵이든 임대사업등록 유인책이든 어떤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집값은 계속 오를 거 같아요.” (양천구 목동 신세계공인의 김정순 대표·서경 부동산 펠로)
정부의 8·2 대책과 10·24 가계부채 대책 이후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의 강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개 시장에서는 이런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주택자들이 내년 서울 주택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집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의 아파트는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확고해 오를 만한 집을 사려는 매수세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다주택자들도 알고 있어 집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설사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더라도 상승가치가 높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보유한 ‘똘똘한 집 한 채’는 남겨둔 채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서울은 물론 강세를 보이는 수도권 일부 지역은 최근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24일 서울 강남 및 강북과 수도권 지역의 서경 부동산 펠로들은 내년에도 주택 시장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집주인은 물론 매수자들도 시장 전망을 낙관하면서 “보유하면 결국 오른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서경 펠로인 강남구 개포동 우성공인중개사의 박춘석 이사는 “대기 매수 수요가 풍부해 내년 초까지 강남은 지금과 같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주택 소유자들도 대부분 내년을 낙관하고 있다”며 “결국 상담하는 다주택자들 중 70~80%는 안 팔겠다는 분위기이며 정권이 바뀔 때까지 버티거나 시장 상황을 계속 보겠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용서 리맥스(잠실) 대표도 “잠실권은 재건축 등 호재가 많아 당분간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팔기보다는 더 갖고 있어 보겠다는 다주택자들의 심리가 강하다”고 전했다.
강북 쪽 다주택자들도 당분간 집을 팔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성북구 길음동 부동산114OK공인의 장미영 대표는 “이 지역은 주로 기존(구축) 아파트단지들인데 정부 대책에도 다주택자들 매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갖고 있으면 결국은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높고 서울 아파트 값이 오른다는 보도도 계속 나오고 있어 당분간 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서울의 경우 입주물량이 많지 않은 대신 수요는 많아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김정순 대표는 “항생제를 계속 투여하면 내성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규제를 내놓을수록 다주택자들은 더 지켜보겠다는 심리가 강하다”며 “많은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전환했을 때 큰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사 집을 판다 하더라도 한꺼번에 급매물을 내놓기보다는 가치가 높은 서울 및 일부 수도권에 보유한 주택 한 채를 남기고 매물을 내놓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길병순 삼호공인(방배) 대표는 “최근 들어 일부 다주택자는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것보다 비싼 한 채를 보유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특히 강남이나 입지가 좋은 강북, 수도권 아파트는 계속 보유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을 중심으로 당분간 집값도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는 내년 4월까지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한꺼번에 내놓지 않고 일단 시장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더 비싼 값에 팔려는 다주택자와 싼값에 사려는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져 내년 초까지 서울이나 분당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강보합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동훈·박경훈·이완기기자 hoon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