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오래된 도시의 구도심은 단점이 많다. 생활 인프라가 노후화 돼 있고 도로나 교통망도 대부분 몇 십년 전에 조성돼 살기에 불편하다. 이에 도심 중심부에 거주하는 인구는 줄어들고 외곽지역에 상주하는 주민이 늘어나는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개발이 지연된 부지나 상가 등이 도심 중심부에 장기간 방치될 경우 슬럼화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최근 들어 낙후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좁은 도로, 오래된 건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도심에 새로운 공동주택을 짓고 교통망 확충과 광장·공원 조성 등을 통해 활성화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주요 지자체들은 도시재생 전문 디벨로퍼와 협업해 구도심 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0년 완공 예정인 ‘부천 소사 한신더휴 메트로’도 부천시와 디벨로퍼 업체 서울디앤씨가 손을 잡고 진행한 도시재생의 대표 모델이다.
‘부천 소사 한신더휴 메트로’는 소사~원시 복선전철 환승역이 되는 소사역 인근에 지어지는 지하 6층~지상 41층, 299세대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다. 그동안 소사역 인근은 오래된 상가와 낡은 건물 비율이 높고 노후화 정도가 심해 주민들의 불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소사역 남측에 사는 주민들이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려면 80m 정도의 어두운 굴다리를 통과했어야 했다. 이에 해당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사역 출입구를 지어달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굴다리 인근 부지가 KT 소유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KT부지는 장기간 개발이 지연돼 소사역 인근이 슬럼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 소식을 들은 류영찬 서울디앤씨 대표는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도심개발을 통한 도시재생 분야에서 역량을 구축해왔던 류 대표는 땅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고 KT로부터 3,706㎡(약 1,121평)규모의 부지를 매입한 뒤 2015년 말 부천시와 남측 출입구 설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또 부지 위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출입구와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출입구 인근에 광장을 설치해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디앤씨는 출입구 설치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를 얻는 성과를 거뒀으며 부천시는 민간 개발업자의 사업 참여로 지하철 지방비 부담금(출입구 개설비용), 쌈지형공지 확보비용 등 약 37억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메말라가던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민간 디벨로퍼와 지자체가 적극 협업에 나선 것이다.
한신더휴 메트로가 들어서면 부천 소사역 인근 일대는 낡은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도심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신더휴 메트로는 59㎡, 64㎡ 등 희소가치 높은 소형 평형대로 구성돼 금전 부담이 덜하고 양질의 주거시설로 조성돼 지역 주민들의 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단지는 1호선 소사역과 소사~원시선(2018년 상반기 개통 예정)을 이용할 수 있다. 단지 거주민들은 단지와 지하통로로 직통 연결된 소사역을 이용해 신도림역 17분, 시흥 24분 대에 닿을 수 있다. 오는 2021년 완공 예정인 소사~대곡선으로 고양까지 16분대로 갈 수 있다. 이 밖에 아파트 인근 지하철 출구를 통해 시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광장까지 들어서면 유동 인구가 많아져 상권 활성화와 문화공간 창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신더휴 메트로를 신호탄으로 소사역 구도심 재생 사업도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한신더휴 메트로처럼 구체화된 사업은 없지만 소사역 인근 부근 부지를 매입해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시도 도시재생에 적극적인 편으로 민간 개발업자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류영찬 대표는 “슬럼화될 뻔했던 부천 소사역 구도심의 성장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투자한 것이 특징”이라며 “아파트 인근 지하철 출입구에 광장을 설치해 문화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인근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구도심에 생기를 불어넣어 소사역 도시재생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할 때 저평가된 토지를 포착해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반 택지개발예정지구는 토지의 가치를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장기간 노후화된 채로 방치됐던 구도심은 상대적으로 가치 파악이 힘들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서울디앤씨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땅의 가치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며 도심개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 부평구 갈산동 공동주택’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갈산동 도심에 있던 이마트가 매출감소로 2018년 폐점 예정인데 이 부지를 사들여 양질의 주거시설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역은 인구감소 및 개발 호재가 없어 슬럼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특화된 디자인이 적용된 주택을 선보여 낙후된 지역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성공한다면 한신더휴 메트로에 이은 또 하나의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 대표는 “구도심에서 개발할 수 있는 토지가 아직 많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복잡한 규제와 까다로운 행정절차 등으로 여전히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어 행정절차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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