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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그들만의 회계장부' <상>사찰재정] 연 1,300억이상 나랏돈 지원에도...자금집행 '감시의 눈'은 실종

■불투명한 불교계 국고보조금

템플스테이 보조금 횡령 등

부정수급 사건 끊이지 않고

사업선정·배분 불공정성 잡음

문체부·감사원 사후감시도 없어

종단 "전문 회계법인과 함께 정부에 보고"

"보조금 집행,정산절차 충실히 이행" 설명

템플스테이 지원자금 등 상당한 금액의 국고가 불교계에 지원되고 있지만 감시의 눈길은 무디기만 하다. 한 사찰의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스님의 지도에 따라 참선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공주 마곡사는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천년고찰이다. 대웅보전, 대광보전, 영산전, 5층 석탑 등 보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사찰의 풍광이 아름다워 불교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많이 찾는 절이다. 신도도 많고 유서 깊은 절이지만 지난해 주지, 부주지, 종무실장, 호법국장, 총무국장 등 사찰의 주요인물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신도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들은 지난 2011년 템플스테이용 건물을 짓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을 신청했다. 국고보조를 받기 위해서는 총사업비 33억원 가운데 3억원을 사찰에서 마련해야 했는데 이들은 자부담금을 구하기가 마땅치 않자 공사업자에게 해당 금액을 떠넘겼다. 공사업자는 3억원을 대납하는 대신 실제 공사비보다 5억여원을 부풀려 이익을 취했다. 이 밖에도 마곡사 부주지는 해당 건설업자에게 별도로 선거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사찰 내 비리 감시 역할을 맡고 있는 호법국장은 건설업자에게 향응을 제공받고 자신의 암자에 대한 무상수리까지 받았다. 검찰은 더 나아가 이와 유사한 부정을 저지르는 사찰 10여곳을 적발해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국고보조금이 횡령, 유용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불교계 국고보조금에 대한 감시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나랏돈이 조금만 들어가도 감시의 눈길을 곧추세우고 있는 정부부처나 감사원이 종교예산에 대해서만큼은 ‘꿀 먹은 벙어리’ 모양으로 입을 닫고 있다. 종교의 정치적 영향력을 의식한 행보라는 평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정부의 불교계 국고보조금을 조사해보니 총 1,324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실에서 전통문화 체험 명목으로 지원하는 템플스테이 운영지원비가 110억원, 템플스테이 시설지원비가 120억원 규모다. 또 문체부 종무실에서 전통사찰 보수·정비(283억원), 불교문화시설 건립(286억8,000만원), 불교문화 행사 지원(27억9,000만원), 전통불교문화 축전(21억원) 등의 명목으로 지원한 금액이 618억7,000만원이었다. 이와 더불어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보수·정비 비용으로 집행한 내역 가운데 불교계 사찰이 소유한 문화재와 사찰지원금이 475억원가량이었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의 올해 예산(701억원)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금액이 국가에서 지원된 셈이다.



하지만 템플스테이 사업비 등 불교계 지원예산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템플스테이 자금집행기관인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예산의 집행과 감시 등 통합관리를 위임하면서 제3자에 의한 사후감시가 사실상 실종됐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현재 불교계 지원예산을 책정한 뒤 템플스테이 사업비 등 주요금액을 조계종 산하기관인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내려보낸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자금을 전달받은 뒤 사업 대상자를 선정하고 지원금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형식상으로는 종교기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위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계종단에서 사업선정 위원을 뽑다 보니 일종의 나눠 먹기 식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내부에서 부정수급 등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내에서 조용히 처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집행의 투명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마곡사의 국고보조금 횡령 재판에서 당시 주지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공사업자가 사찰들의 자부담금을 대납해주는 관행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사업 선정과 지원금 배분에 대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총무원 내 유력자와 연관 있는 사찰 위주로 자금이 배분된다고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천태종·태고종 등 종파가 다른 불교에서 조계종 산하기관인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사업을 신청해야 해 종파 간 갈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준호 종교자유정책연구원장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지원금 배분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며 “또 마곡사의 경우와 같이 부정수급 행위가 발생해도 정부와 조계종단이 적극적인 감사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정부가 템플스테이 사찰들을 일일이 검토해서 자금을 집행하기에는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고 현재 문체부에 정식으로 접수된 자금 집행의 불공정 관련 민원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단은 “불교계 국고보조금에 대해서는 매년 전문 회계법인의 분석보고서와 함께 정부에 보고되고 검토되고 있다”며 “특히, 도단위에서 시행하는 시, 군, 구 감사시 보조금에 대한 감사가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부의 사찰 선정 절차 또한 규정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으며 부정수급의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그 보조금을 회수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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