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그렇듯 증권사들의 지수 전망은 올해도 빗나갔다. 대부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스피지수는 2일 장중 2,561.63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지난해 이맘때 올해 지수 전망을 2,300 이하로 내다봤다. 이처럼 주가 전망이 크게 어긋났지만 증권사들은 올해도 내년 지수를 전망한다. 10대 증권사들은 올해 말 코스피가 2,600선을 가볍게 넘어선 뒤 내년에는 3,000시대를 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스닥 시장도 바이오에 이어 게임·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며 1,000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증시가 3,000, 1,000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난해 주요 증권사 10곳이 내놓은 2017년 증시 전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증권사 중 올해 코스피지수에 가장 가까운 수치를 발표한 곳은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였다. 이들은 코스피가 최대 2,35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증시를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한 증권사는 KB증권(2,135)이었다. 이밖에 대부분의 증권사는 2,100~2,200을 2017년 코스피 전망치 상단으로 제시했다. 전망치 하단은 1,800에서 1,950까지였다.
지난해 말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박스권 돌파에 부정적이었다. “2011년 이후 이어진 박스권 돌파가 예상된다(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 “2,350은 보수적으로 제시한 수치(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등의 언급이 있었지만 공격적으로 전망치를 높이지는 않았다. 수출 전망치, 기업실적 전망치 등이 실제보다 상당히 낮았던 점도 증권사들의 전망치에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들의 내년 지수 전망은 3,000이라는 상징성에 의미를 두고 있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코스피 전망은 삼성증권이 가장 높은 3,100을 내다봤다. KB증권(3,060)과 대신증권(3,000) 역시 코스피 3,000 돌파를 전망했다. 이와 달리 올해 공격적이었던 증권사들은 다소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신한금융투자 2,800, NH투자증권 2,850,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는 각각 2,900, 키움증권은 2,919를 코스피 상단으로 제시했다.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코스피 등락 예상 범위를 수치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물론 방향성은 추가 상승이다.
증권사 간 전망이 엇갈리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내년 하반기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다. 상당수 증권사는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불안요인이 많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축소 속도, 기업 수익성 둔화 등을 불안요인으로 꼽는다. 10대 증권사 중 코스피 상단 전망치를 가장 낮게 잡은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내년 상반기는 대외 경기 개선세 지속과 높아진 기업 이익 등으로 ‘편안한 시기’가 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이 빨라지면서 변동성 확대를 야기할 수 있다”며 내년 코스피의 흐름을 상고하저로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수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예측할 수 없는 외부 변수를 제외한 지수 전망 자체가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전문가들이 증시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숫자를 집어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사라져야 할 관행”이라고 말했다./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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