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혁신성장에 대해 “경제부총리가 사령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각 부처와 4차산업혁명위원회·노사정위원회가 고유한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협업하는 체계를 갖춰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의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만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컨트롤타워가 돼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김 경제부총리는 이에 화답해 “규제와 노동 분야에서 대타협이 없으면 혁신성장도 없다”며 규제완화와 노동개혁·혁신성장을 패키지로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차관 및 여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민간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현장에 기반을 둔 신속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며 “혁신성장에는 신산업·신기술에 대한 규제혁신이 필수로 민간의 상상력이 낡은 규제와 관행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혁신을 속도감 있게 설계하고 정부 결단만으로 가능한 것은 빠르게 결정해나가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타협이 필요한 규제혁신 방안을 설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런 차원에서 혁신성장을 체감할 선도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지시했다.
이날 회의에는 장차관 54명을 포함해 여당과 청와대 고위급이 모두 참석해 선진국보다 더딘 한국의 경제혁신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 부총리는 경제성장률과 글로벌 혁신 순위가 동반 하락하는 점을 지적하며 혁신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한국의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 수가 2개에 불과한 점과 ‘붕어빵 교육’ 현실 등을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무역 순위는 7∼8위지만 규제 순위는 95위로 ‘안돼 공화국’”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혁신의 당위성에 대한 총론만 있을 뿐 각론에서는 실행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과거 정책을 재탕·삼탕 하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도 당장 재계 등이 요구하는 서비스선진화법이나 규제프리존법 등의 국회 통과를 강하게 요청하지 않았다. 규제와 일자리(노동)를 두고서도 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했을 뿐 그 이상 구체화하지는 못했다. 김 부총리는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규제 해결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며 “여기 계신 분들(당·정·청 관계자)부터 열린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는 선에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선도사업으로 제시된 것도 마찬가지였다. 각 부처는 혁신성장을 위한 선도사업으로 △초연결 지능화 혁신방안(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 공장 보급 및 확산(중소벤처기업부) △청년이 찾아오는 스마트팜(농림축산식품부) △핀테크 활성화(금융위원회) △재생에너지 추진 전략(산업통상자원부)을 내세웠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입혀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인데 대부분 기존 대책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중기부가 발표한 스마트 공장 보급 및 확산 대책은 회의 며칠 전 주제가 급히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형 산업생태계 구축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준비가 미흡하자 급히 스마트 공장으로 변경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 공장이 필요하고 운영할 역량이 있는 중소기업은 극소수”라며 “이미 스마트 공장을 갖춘 곳도 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제시한 교육해법도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김 사회부총리는 혁신성장을 위한 네 가지 인재상으로 △창의적인 사람 △도전하고 실패를 자산으로 생각하는 사람 △지식과 기술을 갖춘 사람 △협업과 공유의 가치를 존중할 사람을 제시한 뒤 국민 모두가 이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세종=임진혁기자 민병권·김능현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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