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공개석상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기 열풍에 대해 “가만히 두면 사회 병리 현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이나 중국·일본 등의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국내 진출이 여전히 러시를 이루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하루 거래 대금이 코스닥 거래 대금과 맞먹을 정도여서 거래 수수료 수익이 쏠쏠한데다 규제가 느슨해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는 ‘천국’이나 다름없어서다. 특히 중국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규제를 피해 국내에 잇따라 노크하면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난립과 이에 따른 투자자 보호 대책 등이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3대 거래소인 비트포인트재팬이 국내 투자자들과 합작해 만든 비트포인트코리아는 29일 국내 서비스를 공식 개시했다. 오다 겐키 비트포인트재팬 대표는 이날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가상화폐와 관련해 일본보다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라며 “한국 정부와 대화하면서 거래소를 제대로 운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비트포인트코리아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2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규모는 금융 당국도 권한이 없어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블록체인기술회사 스트리미가 거래소 ‘고팍스’를 열었고 포스링크의 자회사 써트온이 운영하는 ‘코인링크’와 SCI평가정보가 100% 투자한 ‘에스코인’도 곧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 1위 거래소인 오케이코인은 다음달부터 국내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고 중국의 다른 거래소인 후오비도 한 부가통신사업자(VAN)와 손잡고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서 위안화를 통한 입출금을 금지함으로써 거래소 사업이 어려워지자 한국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돌렸다.
해외 거래소들이 국내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국가 통화별 24시간 거래량에서 원화가 엔화(59.55%)와 달러(20.92%)에 이어 3위(12.03%)로 투자자들이 급격히 몰리고 있어서다. 또 한국이 아직 가상화폐 거래나 거래소 운영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는 ‘규제프리존’이라는 점도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총리에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가상통화는 가치나 교환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며 “수익의 원천이 다른 투자자들이 자기가 산 것보다 높게 사주기를 원하는 투기적인 원칙밖에 없다”고 경고했지만 걷잡을 수 없는 가상화폐 거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난립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투자자들의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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