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영화 극장을 상업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영업 허가서를 발급한다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사우디 공보부는 성명을 통해 “상업 영화관이 2018년 초부터 허용될 것”이며 “영화관을 허용하는 것은 35년도 더 된 일”이라고 밝혔다. 아와드 알라와드 공보부 장관은 “영화관 허용은 사우디의 문화 경제적 발전의 분수령”이라고 덧붙였다. 영화관이 허용돼도 좌석 또는 상영관을 남녀로 분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에서 열렸던 음악가 야니의 콘서트에서 가족 입장객의 남녀 혼석(混席)이 허용된 만큼 탄력적으로 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우디는 1979년 이란이 이슬람혁명으로 신정일치의 이슬람 통치 체제를 수립하자 여성의 히잡·아바야 착용, 대중문화 금지 등 보수적 사회 정책을 시행했다. 영화관은 1980년대 초반 폐관됐다. 사우디의 강경 보수파는 영화관과 음악 등이 이슬람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에만 해도 사우디의 최고 종교지도자(카비르 무프티)인 압둘아지즈 알셰이크는 “남녀 혼석을 조장하는 영화와 음악 콘서트는 악마에게 문을 여는 일”이라며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계의 강한 반대가 있지만 사우디 정부는 여성의 운전 허용(내년 6월), 외국 가수 콘서트와 같은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의 전환을 빠르게 서두르고 있는 상태이다. 사우디의 급격한 사회 변화는 사우디의 실세 왕자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 모하마드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사회 개혁 계획 ‘비전 2030’에 따르면 2030년까지 사우디에 영화관 300곳을 개관할 예정이다.
종교계의 통제와 비난에도 사우디 감독이 해외에서 제작한 영화가 위성TV로 방송되고 있으며 2013년엔 사우디 영화사상 처음으로 하이파 알만수르 감독의 ‘와즈다’라는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상에 출품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사우디 마무드 사바그 감독의 영화 ‘바카라가 바카라를 만나다’가 베를린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사우디 영화감독 아이만 타레크 자말은 영화관 허용 소식을 전해듣고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 우리의 남녀 젊은이들은 세계에 그들의 가능성을 뽐낼 수 있게 됐다. 2030세대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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