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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말이 칼이 될 때·차별 감정의 철학] 혐오사회, 공생의 길은 없을까

■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 지음, 어크로스 펴냄)
■차별 감정의 철학(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폭력적 시선 동반한 '혐오' 분출
소수자 차별·배제로 이어져
금지·허용 이분법 구도 깨고
反차별정책·소수자 지원 강화
혐오표현 근본 원인 제거해야

  • 나윤석 기자
  • 2018-01-05 17:16:54
  • 문화 23면
[책꽂이-말이 칼이 될 때·차별 감정의 철학] 혐오사회, 공생의 길은 없을까

사랑과 배려만 아는 절대 선(善)의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타인을 미워하기도 혐오하기도 할 것이다. 문제는 이 미움과 혐오가 개인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이탈할 때 발생한다. 밖으로 표출된 혐오가 거대한 집단을 이룬 뒤 그 칼끝이 소수의 약자를 향할 때 사태는 매우 심각해진다.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 사회적 흉기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이처럼 집단적 비이성이 소수자 차별과 배제로 이어지는 혐오의 감정을 고찰한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지은 ‘말이 칼이 될 때-혐오 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와 일본의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가 쓴 ‘차별 감정의 철학’이다.

[책꽂이-말이 칼이 될 때·차별 감정의 철학] 혐오사회, 공생의 길은 없을까


‘말이 칼이 될 때’는 혐오 사회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다룬 국내 최초의 단행본이다. 혐오 감정을 둘러싼 각종 병리 현상에 대한 사회학적 진단이자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보고서이기도 하다. 종교적 갈등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 한국에서도 폭력적 시선을 동반한 혐오의 감정은 ‘여성’이라는 타깃을 만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활활 타오른 전례가 있다. 지난 2010년 활동을 시작한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는 ‘여성혐오’를 부추긴 최초의 보균자였다. 합리적 이성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이 감정은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살인 사건처럼 혐오 감정이 명백한 폭력을 낳은 경우에는 법적 처벌을 하면 되니 별로 복잡할 게 없다. 하지만 일베 유저들처럼 온라인 게시판에서만 혐오 감정을 분출한다면 문제는 한층 미묘해진다.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와 ‘시민적 교양’이라는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여성혐오는 물론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장난스러운 왜곡도 서슴지 않는 일베를 놓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진보진영이 오히려 규제를 주장하는 것 역시 사안의 복잡다단함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책꽂이-말이 칼이 될 때·차별 감정의 철학] 혐오사회, 공생의 길은 없을까
지난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는 메시지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걸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저자에 따르면 유럽은 혐오 감정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쪽에 가깝다. 일례로 스웨덴에서는 동성애를 비난하는 전단지를 살포하기만 해도 소수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이유로 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미국의 사법 체계는 혐오 표현의 실체를 의심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는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개별 소수자들이 혐오 표현으로 인해 괴로울 수는 있지만 소수자 집단이 어떤 손해를 입는다는 것은 막연한 가정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금지와 허용의 단순한 이분법 구도를 넘어서자고 단호히 제안한다. 표현의 자유와 소수자의 인권은 모두 소중한 가치인 만큼 정부가 범국가적 차원에서 반(反)차별 정책을 시행하고 소수 집단에 대한 각종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센터를 지원한다면 제3의 길을 통한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저자는 “혐오 표현을 낳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사회의 내성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역설한다. 1만4,000원

[책꽂이-말이 칼이 될 때·차별 감정의 철학] 혐오사회, 공생의 길은 없을까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차별 감정의 철학’은 혐오라는 감정을 에세이 형식으로 파고든다. 저자는 사르트르와 데카르트, 존 스튜어트 밀 등 학문적 대가들의 이론을 두루 훑으면서 ‘악의없는 농담’과 ‘별 생각 없는 우월감’이 어떻게 끔찍한 폭력으로 이어지는지 숙고한다. 물론 결론과 해법은 비슷하다. 저자는 “다소 능률이 떨어지고 불안정 요소가 많아지더라도 이질적인 존재들을 동화시킬 것이 아니라 공생(共生)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1만2,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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