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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이명철 과기한림원장 "정부의 과기 리더십 부족...연구자 R&D 자율권 확대해야"

靑보좌관 등 과학기술 정책 리더들 3개 한림원과 협력·보완 필요

국가R&D, 논문 등 정량지표 매달리지 말고 '융합연구' 지원해야

출연연은 '빠른 추격자' 벗어나 대학·민간 손 못대는 과제 수행을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이 최근 분당 과기한림원 원장실에서 국가 R&D 혁신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국내 1호 핵의학자, 대형 병원 원장, 국군수도병원장, 국가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세계핵의학회장.

이명철(69·사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과학과 의료·원자력을 관통하는 화려한 이력을 지닌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전문가다. 서울대 의대 교수, 가천대 길병원장, 국군수도병원장 출신의 의사이면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대통령이 의장)을 지낸 과학기술인이고 세계핵의학회장과 한국방사선진흥협회장 등도 맡아 원자력계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다. 국내 1호 핵의학자이기도 한 그는 신경핵의학 분야에서 치매·간질·뇌종양 진단·치료 분야를 연구하며 방사성의약품 개발과 임상연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지난 2016년 3월부터 과기한림원장으로서 정책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지난 시기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과학기술 진흥에 앞장서고 있는 그를 최근 경기도 분당 과기한림원 원장실에서 만났다.

이 원장은 우선 “조심스럽다”고 운을 뗀 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과학기술 리더십이 충분치 않아 막상 현장에선 바뀐 게 없다는 게 중론”이라며 과학계 원로다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12명)이 위촉됐는데 과기계에 전혀 알려진 인물이 아니어서 다소 놀라웠다”며 “과학기술 리더(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본부장 등)를 50세 안팎으로 꾸린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간사까지 맡는 청와대 과기보좌관의 경우 참모가 과기정통부 과장 출신 행정관 한 명에 불과한 것도 한계로 꼽았다. 이 원장은 “정부의 과학기술 리더들이 젊은 만큼 앞으로 경험 많은 과학자와 소통하고 자문 채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과기한림원·한국공학한림원·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석학들의 단체라는 점에서 과기계 리더들이 3개 한림원과 협력체제를 가동하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 출연 연구원과 학계·기업에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이 연 2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성장동력 창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추진전략도 제안했다. 우선 신뢰를 갖고 연구자들이 R&D 주제를 자율선정하고 도전하는 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원장은 “논문·특허 등의 정량적 지표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고 자율성을 보장해 바이오·의료·융합소재, 융합공학, 에너지·환경·자원, 소프트웨어, 문화예술 등과의 융합연구에 박차를 가하도록 산학연 협동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의 모든 정부부처에서 과학기술 R&D를 다뤄 중복투자가 많은데 과학기술 정책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가 500억원 이상 R&D 프로젝트의 예비타당성 검토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위탁받는 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으나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기재부와 예타 방법과 절차를 미리 상의해야 하고 결과도 기재부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R&D 예산 한도를 기재부와 과기정통부가 공동설정하는 방안은 아예 무산됐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오는 4~5월) 과기정통부가 예타권을 위탁받게 되면 기존 20개월 걸리던 게 잠재성과 적시성을 살려 6개월까지 단축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며 “과기 컨트롤타워를 통해 예산배분 통합조정이 이뤄지고 세부정책 수립과 집행은 각 부처에 이관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과학영재 육성, 창의적 과학·영어교육 연계, 해외 우수과학자 귀화절차 간소화, 비정규직·퇴직·경력단절여성 과기인 활용 등 인재 양성도 강조했다. 과거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산업정책의 밑거름이 됐던 정부 출연연을 탈바꿈시켜 대학과 민간이 할 수 없는 국가과제를 수행하는 쪽으로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정부가 연구기획·수행·관리·평가 등 전반적으로 개입해 창의적 연구역량을 쌓을 수 없다”며 “기관장 선정 등 자율적 인사 시스템이 안 돼 있고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연구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데 이를 반드시 고쳐나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과학기술인들이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 원장은 “우선 과기인을 우대하는 사회적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며 “과기인도 창업 촉진과 일자리 창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국가적 화두인 4차 산업혁명에 관해서는 “일자리 종류와 숫자가 줄어든다고 걱정하는데 더 다양하고 특별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 분야의 경우 인간의 몸이 매우 복잡한데 컴퓨터나 인공지능(AI)을 적용, 질환과 생리적 현상에 관한 연구를 해 신약도 무궁무진 개발하고 진단법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AI 컴퓨터의 적용을 늘려도 의사가 아니면 안 되는 게 많다”면서도 “진찰·검사·진단·치료 과정에서 혁신적 생태계를 구축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례로 지금은 보편화된 자기공명장치(MRI) 3.0테슬라가 7테슬라를 거쳐 앞으로 11테슬라까지 발전하면 살아 있는 뇌를 열고 보듯이 생생한 그림이 나와 정밀의료기술이 크게 발전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컴퓨터로 빅데이터를 쌓다 보면 조기진단은 물론 증상이 없을 때도 피검사나 영상검사·유전자검사를 통해 미리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융합연구’라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 2007년부터 3년간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 원장으로서 의대·치대·간호대·자연과학대·농업생명과학대·약대·수의대·공대 등과 정책을 개발하고 융합 생태계를 만들려고 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당시 만들었던 바이오경제포럼의 성과도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인천 청라지구에 20만평(66만㎡) 규모로 추진했던 국제과학복합연구단지(BIT port)는 추진단장으로서 4년여를 고생했는데 결국 실패했던 쓰라린 기억도 회상했다. 그는 “청라가 당시 말만 경제자유구역이지 하지 말라는 규제가 너무 많았고 양 기관도 자존심을 내세우다 보니 결국 실패했다”고 되돌아봤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20년쯤 지나면 공상과학(SF) 영화처럼 사람의 몸이 반은 기계가 될 수도 있다”며 “뇌에 칩을 넣거나 인공관절·뼈·팔·심장도 갈아 끼우고 모바일장비 모니터링 시스템도 넣어 24시간 몸상태가 병원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효과적인 응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과기한림원은 이학·공학·의약학·농수산학·정책학의 최고 과학기술인(정회원 500명, 종신회원 400여명, 외국인회원·명예회원 등 총 1,00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책자문과 국제교류사업 등을 펴고 있다. 회장은 임기 3년 단임이며 정회원이 직선으로 뽑는다.

/대담·정리=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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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1973년 서울대 의학과 학사 △1982년 서울대 내과학 석·박사 △1984~1986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원 △1981~2012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2002~2006년 세계핵의학회 회장 △2010~2017년 한국방사선진흥협회 회장 △2011~2014년 세계동위원소기구 회장 △2012~2013년 가천대 길병원 원장 겸 메디컬캠퍼스 부총장 △2014~2016년 국군수도병원 원장 △2016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2016~2017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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