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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남북 함께 가자 해놓고 "비핵화는 의제 아냐, 다음에 설명"

■10시간 마라톤 회의 이모저모

2년 1개월만의 만남에도 거친 대화 없이 화기애애

趙 "평창에 귀한 손님와" 李 "온겨레에 새해 선물"

李 "전 세계 이목 집중 회담 공개하자" 파격 제안도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오전10시부터 오후8시42분까지 마라톤 회의의 연속이었다. 25개월 만에 만난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대표단 파견은 물론 군사 등 각 분야 당국회담 개최까지 합의하는 등 불과 하루 만에 굵직한 성과물을 내놓았다. 하지만 비핵화라는 한반도 최대 현안에 대해서는 북측의 노골적 불만 표출에 밀려 의견차이를 보였다. 평창은 살렸지만 비핵화의 불씨는 더 커진 셈이다.

2년 1개월의 긴 침묵 끝에 남북은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마주했다. 군사에서 적십자까지 모든 연락 채널이 끊겼던 남북 단절의 기간에 한반도는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날 회담 초반 분위기는 그간 남북 경색이 무색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과거 수차례 회담장에서 벌어졌던 기 싸움 등의 ‘밀당’도 없었다. 오히려 양측 모두 날짜를 넘기지 않기 위해 결과물 도출에 속도를 냈다. 오전 전체회의와 수석대표 간 접촉에 이어 오후에는 수석 제외 4대4 접촉 두 차례와 3대3 접촉, 수석 포함 3대3 접촉, 종결회의 등이 줄줄이 계속됐다. 중간중간 양측 대표단 관계자들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와 연락하며 긴밀하게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체회의는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날씨 인사로 시작됐다. 조 장관이 먼저 “눈이 내려서 평양에서 내려오는 데 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라며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운을 떼자 북측 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자연계 날씨보다 북남관계가 더 동결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다만 자연이 춥든 어떻든 북남 대화와 관계개선을 바라는 민심의 열망은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는다”며 남북 현안으로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리 위원장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로 조 장관을 응시했지만 목소리는 군인 출신답게 단호하고 우렁찼다. 리 위원장은 “예로부터 민심과 대세가 합쳐지면 천심이라고 했다. 이 천심에 받들려 오늘 북남 고위급 회담이 마련됐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민족 문제’ 해결을 위해 판문점에 나왔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고위급 회담을 주시하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재차 힘줘 말했다.



리 위원장은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간의 남북 고위급 회담 형식의 관례를 깨고 전체 공개로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리 위원장은 “오늘 이 고위급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또 기대도 큰 만큼 우리 측에서는 전체 공개를 해서 이 실황이 온 민족에게 전달되면 어떻겠나 하는 그런 견해”라며 “확 드러내놓고 그렇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조 장관이 “일단 통상 관례를 따르자”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자 리 위원장은 바로 받아들였다.

대표단 전체회의는 1시간을 넘겨 오전11시5분께 종결됐다. 이어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은 오전11시30분부터 다시 50분간 수석 접촉에 나섰다. 점심식사를 위해 북측으로 돌아갔던 북측 대표단이 오후2시가 넘어 회담 장소로 복귀한 후에는 실무적 성격이 강한 만남을 이어갔다. 북측 대표단이 예상보다 일찍 나타나면서 접촉 시간이 다소 당겨지기도 했다. 남북은 수석 제외 4대4 접촉 두 차례와 3대3 접촉을 통해 사전 조율 작업을 진행한 후 오후7시5분께 수석 포함 3대3 접촉에 나섰으며 오후8시 종결 회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종결 회의가 예상보다 지연됐다. 이 자리에서 비핵화와 서해 군 통신선 개통 소식 지연을 북측이 문제 삼았다. 특히 리 위원장은 우리 측의 비핵화 발언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위원장은 기자들과 잠깐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에 대해 “전혀 의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하게 설명하겠다고 했다.

그는 군 통신선이 재개된 것은 김 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단행된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오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북이 더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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