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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누가 靑에 ‘폭탄’을 떠넘겼나

정영현 정치부 차장

정영현




15일 오후3시.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와대 국민 청원 동참자 수가 19만명을 돌파했다. 관련 글이 처음 등록된 지 불과 19일 만이다. 청원자 수가 20만명을 넘게 되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가상화폐 규제 반대는 청소년보호법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등에 이어 일곱 번째로 청와대의 답변을 받게 될 이슈로 사실상 결정된 셈이다. 강력한 규제를 원하는 쪽에서 ‘시한폭탄’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는 가상화폐 논란이 결국 청와대로 넘어간 것이다.

뜨거운 감자, 가상화폐 이슈를 누가 청와대로 떠넘겼나. 청와대 게시판에 몰려가 청원을 한 가상화폐 거래자들이 그랬나. 글쎄, 동의 못 하겠다.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가상화폐 거래자, 청원자들이 아니라 가상화폐 관련 부처들이다.

관련 부처들의 가상화폐 대응은 처음부터 소극적·미온적이었다. 금융당국은 애당초 가상화폐에 대해 철저히 ‘외면’ 전략을 구사했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언급하면 당국이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 상품으로 인정했다는 일반의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사이 가상화폐는 입소문을 타고 일반인들에게 퍼져나갔다. 입에 올리지 않는다고 실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결국 ‘묻지 마’ 투자에서 더 나아가 ‘덮어놓고’ 투기하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12월 들어 가상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이 시카고옵션거래소 등 미국 거래소 상장 소식에 가격 폭등세를 보이면서 세간의 관심은 더 커졌지만 정부의 대응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가상화폐의 거래소 상장이나 과세 등의 규제책 마련 등 해외에서 왜 그런 움직임이 있는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을 하는 부처는 없었다. 공식 언급 자체가 실체 인정이고 실체를 인정하면 오히려 투기를 더 부른다는 변명만 계속됐다. 지난해 12월 중순 국무총리가 불쑥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가상화폐 광풍은 사행 심리의 돌출 발현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어 다음 날에는 ‘긴급’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운 관련 부처 긴급회의가 열렸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법무부·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한국은행 등이 모여 회의를 한 후 대책을 내놓았다. 갑작스러운 정부의 규제 발언에 시장은 심하게 요동을 쳤다. 하지만 긴급회의 후 각 부처에서는 다시 뒤로 빠지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법무부가 ‘용감하게’ 주무 부처가 되겠다고 나서기는 했지만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라는 돌출 발언에 시장은 또 요동쳤고 결국 청와대가 해명을 위해 전면에 나섰다.

실무 부처들이 미리 대응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부처들의 소극적 대응은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들었고 청와대로 향하게 했다. 심지어 여야 정쟁의 빌미까지 낳았다. 일단 정부는 15일 국무조정실을 가상화폐 컨트롤타워라고 한 번 더 공식화했다. 하지만 관련 부처들의 대응이 크게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관련 부처들이 계속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불확실성과 혼란,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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