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부과한 반덤핑관세 조치가 부당하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이번 결과가 다른 품목에도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를 견제할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철강 제품에 대한 안보 영향 보고서 등 미국의 잇따른 수입규제에 대한 우려를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제2차 협상이 이르면 이달 말 서울에서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한미 유정용 강관 반덤핑 분쟁 결과가 최종 확정됐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DSB는 미국이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부과한 반덤핑관세 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라는 판정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이 이를 상소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판정이 분쟁의 최종 결과로 확정된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2014년 7월 현대제철과 넥스틸·세아제강·휴스팅·일진제강·아주베스틸 등이 미국에 수출한 유정용 강관(OCGT)에 9.9~15.8%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4월 연례 재심에서는 덤핑률을 최고 29.8%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WTO에 제소했고 WTO 분쟁해결 패널은 지난해 11월 미국이 덤핑률을 산정하면서 한국 기업의 이윤율이 아닌 다국적 기업의 높은 이윤율을 적용해 덤핑률을 상향한 것이 WTO 협정에 위반된다고 판정했다. WTO 회원국은 분쟁 결과 회람 60일 이내에 상소할 수 있지만 미국이 상소하지 않아 WTO 판정이 확정됐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분쟁 결과를 즉시 이행하거나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 합리적 기간(최대 15개월) 내에 이행을 완료해야 한다. 미국이 분쟁 결과를 이행하려면 WTO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덤핑률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 산업부는 덤핑률을 제대로 산정할 경우 WTO 협정상 반덤핑 조사를 종결해야 하는 기준인 2% 미만으로 나와 관세 부과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와 별도로 철강 제품을 포함한 잇따른 수입규제 조치에 대한 우려를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 WTO 분쟁 승소를 힘입어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이날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달 9~11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정부와 의회 관계자에게 수입규제와 한미 FTA 개정 등 통상 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강 차관보는 “태양광 세이프가드가 미국 태양광 후방산업과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한국산 태양광은 미국산 제품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고가제품”이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현지 공장 투자로 인해 세탁기 세이프가드의 목적을 이미 달성했고 과도한 수입규제는 현지 공장 운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강 차관보는 또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대해서는 “1월 말 또는 2월 초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