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5개 유명 글로벌 기업과 기관들의 자체 VPN이 최근 몇 달간 중단됐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과 단체들은 그동안 중국의 만리방화벽(해외 사이트 접속차단 시스템)을 우회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게 해주는 민간 VPN이나 자체 VPN을 주로 이용해왔는데 중국 국영 통신회사가 이들 글로벌 기업의 VPN 관련 소프트웨어를 의도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언론과 사상통제를 강화해온 중국이 글로벌 기업들의 우회적 접속창구마저 틀어쥐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인터넷 감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으로 트위터·페이스북을 비롯해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해외 언론 사이트 대부분을 차단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들이 이 같은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VPN 서비스를 활용하자 중국 당국은 지난해 초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VPN 서비스를 폐쇄하겠다고 밝히고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SCMP에 따르면 최근 남부 광시좡족자치구에서 불법 VPN 서비스를 제공했던 한 개인사업자가 중국 당국에 적발돼 법원에서 징역 5년6월과 50만위안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SCMP는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VPN 사용이 크게 위축됐으며 관련 중국 VPN 업체들도 올해 해 초부터 운영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인터넷 사이트 차단뿐 아니라 외국 기업들의 주요 데이터에 대한 통제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인터넷안전법을 발표해 외국 기업의 모든 주요 데이터를 중국 내에 저장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다음달 28일부터 중국 내 아이폰 사용자의 데이터 저장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iCloud) 관리를 중국 기업에 이관할 예정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다른 지역 데이터센터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관리했지만 앞으로는 국영기업이나 마찬가지인 윈샹구이저우빅데이터산업발전(GCBD)이 운영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는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따른 정보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 네트워크 운영자는 정부 당국의 범죄 수사에 지원, 협력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애플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권이 중국 기업에 넘어가는 데 대해 이용자들이 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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