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김중만(64)씨가 박근혜 정부 시절 ‘문재인 후보의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해외전시가 무산됐다는 주장했다.
23일 김 작가는 “2013년 그랑팔레로부터 개인전 개최를 공식 제안받았으나 프랑스 당국과 한불 수교 130주년 행사를 논의하던 우리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하지 않으면서 전시가 막판 철회됐다”고 주장했다.
김 작가가 이날 공개한 이메일에 따르면 2013년 2월 27일 그랑팔레 측에서 2015년 11월~2016년 2월 전시를 제안했다. 그랑팔레 수석 큐레이터는 당시 “한불 교류 시즌과도 잘 맞을 것 같다”라면서 전시 개최에 강한 요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시를 준비하던 김 작가는 별안간 2014년 2월 26일 그랑팔레로부터 전시 취소 이메일을 전달받았다. “한불 교류의 해에 참여하는 양측의 요구를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김중만 전시를 계속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김 작가 측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선 포스터를 촬영한 사실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김 작가의 지인은 “전시 철회 배경을 알아보던 중 문체부 관계자로부터 ”‘그이가 문재인 씨 경선 포스터 사진을 찍었다면서? 그러면 아무것도 못 하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워딩 하나 안 틀리고 그렇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주선했던 프랑스 문화부 전 고위당국자 또한 당시 작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명백히 한국 측에서 심하게 전시를 막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한국도 그랑팔레에서 전시할 수 있고 초대받은 작가도 있었으나 (우리) 정부가 완전히 깔아뭉갰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랑팔레는 12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정부 산하 박물관으로 프랑스 국립박물관협회에서 선택한 전시만 연다. 그랑팔레에서 개인전을 연 한국 작가는 아직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김중만 작가 전시를 하기로 하다가 안 하게 된 것은 맞다”라면서 “다만 (문재인 당시 후보) 사진을 찍거나 하는 것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작가가 정부에 예산지원 확약서를 달라고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예산과 사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예산지원 확인서를 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작가는 그러나 당시 문체부에서 어떠한 관련 언급도 없었다면서 “정부 지원을 무엇하러 받느냐. (재정적인 부분에서) 내 여력으로도 전시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재반박했다.
김 작가는 현재까지 파악된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는 “지금까지 나온 공개 블랙리스트나 문재인 후보 문화예술인지지 선언 명단에는 없지만 여기 없다고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홍태화인턴기자 taehw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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