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평가 측면에서 학생회장이나 학급 임원은 가산점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자 대부분이 임원 경력이 있다고 하는데 학종을 노린다면 학생회장이나 학급 임원을 하는 게 나을 겁니다.”
“학급 임원보다 진로 적성까지 보여줄 수 있는 동아리 임원이 훨씬 낫습니다. 주변에 학급 임원과 동아리 회장을 모두 한 선배가 있는데 대학 면접 때 동아리와 관련해서만 물었다고 하더라고요.”
최근 한 입시생 커뮤니티에 학생들이 올린 글이다.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는 학종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스펙’ 쌓기 열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학종의 당락 기준을 알 수 없다 보니 ‘스펙’에 대한 ‘카더라’식 소문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소문의 폐해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리더십 경력 확보를 위한 ‘자리다툼’이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최근 학생회장·학급회장 등 임원직 당선 전략을 주고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요즘에는 동아리 활동이 진로 적성 평가 등의 이유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동아리 회장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공식적으로는 학급 임원이나 동아리 활동이 학종의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아니다. 지원자 중 워낙 많은 학생이 갖고 있는 스펙이라 변별력이 없는데다 임원 경력만으로 리더십을 평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학종 평가 항목과 관련해 “리더 역할 경험 자체만으로 긍정적인 판단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없다. 자기소개서에 단 몇 줄이라도 적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고교 2·3학년 교실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을 지목해 시키던 방식에서 다시 선거로 바뀌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학생·학부모 커뮤니티 등에서는 학생회장 선출과 이에 따른 득실 등을 묻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학생 본인의 희망에 따른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학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것이 이유다.
한 학부모는 “딸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인데 임원을 하면 대입 학종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임원을 하면 학업에 지장을 받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학종에서는 교과 외적인 부분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 학생은 “동아리 부장이 더 낫다고 생각해 맡기로 했는데 주변에서 학종 준비자들은 학급 임원이 필수라고 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댓글에서는 ‘학급 임원 경력 무시 못 한다’ ‘진로 적성을 고려하면 동아리 부장이 훨씬 낫다’는 등 토론이 종종 펼쳐진다. 일부 학교에서는 임원 나눠 먹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입시 전문가들은 임원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되레 희소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예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내신 성적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몰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예전에는 그런 경력들이 실제로 도움이 됐지만 최근에는 그보다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학종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에 너무 많은 학생이 학급 임원 경력을 들고 오다 보니 ‘없는 것보다는 나은 정도’로 평가 비중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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