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가 언론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하기 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이메일로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장관은 “사안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면담을 통해 입장 개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법무부는 박 장관이 서 검사의 이메일을 직접 읽고 답했다는 서지현 검사측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가 이를 번복한 바 있다.
2일 서지현 검사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9월 서 검사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지난해 9월 29일 오전 10시 49분 서 검사는 검찰 공용메일로 박 장관에게 성추행과 이로 인한 부당한 인사처분을 당했다는 내용을 보냈다.
서 검사는 이메일에서 “2010년 10월경 안태근 전 검찰국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고 그 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사무감사 및 인사발령을 받아 현재 통영지청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임은정 검사가 검사 게시판에 그 이야기를 적시했고 공공연히 위 사건에 대해 진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는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기는 어렵다고 판단돼 장관님을 직접 만나 뵙고 면담을 하기를 원한다”고도 말했다.
박 장관은 서 검사가 메일을 보낸 지 20여 일 만에 답변 메일을 보냈다. 그는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3시45분 서 검사에게 “A가 보낸 문건을 통해 서 검사가 경험하고 지적한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메일을 보냈다. 박 장관은 메일에서 “면담을 위해 법무부를 방문할 경우 검찰국의 관련자로 하여금 면담을 하도록 지시했으니 검찰과장에게 구체적인 일시를 사전에 알려주기를 바란다. 면담을 통해 서 검사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작년 11월 법무부 간부와의 면담 자리에서 안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사건 이후 부당한 사무감사, 인사상 불이익 등으로 고충을 겪었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면담 후 최근 폭로가 있기까지 법무부는 서 검사가 호소한 피해와 관련해 어떤 후속조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 검사 측은 “누구를 공격하고자 하는 의사는 없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성폭력피해자가 어느 조직 내에 있든지 간에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피해사실을 호소한 이후에도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조직문화, 사회적 인식 개선”이라고 뜻을 밝혔다. /홍태화인턴기자 taehw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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