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신임 CEO 짐 해킷 Jim Hackett은 지적 접근 방식과 외부자의 객관적 관점을 회사에 도입했다. 저조한 실적의 이 자동차업체를 변화시킬 그의 계획을 소개한다.
일부 기업들은 CEO를 판에 박힌 방식으로 선택한다. 예컨대, 본거지 출신 인재나 그 기업 상품에 매료된 엔지니어, 회사 이야기를 늘어놓는 데 뛰어난 영업출신을 선호할지도 모른다. 차기 CEO는 전임 CEO와 닮는 경향이 있고, 그렇게 되면 비슷한 사람이 그 다음 CEO를 이어받을 것이다.
그러나 포드 자동차에는 뚜렷한 패턴이 없다. 지난 20 여년의 사례를 보더라도, 경영의 귀재(잭 내서 Jacques Nasser)에서 창업주 가문의 어린 자제(빌 포드 Bill Ford), 자동차업계 초심자(앨런 멀럴리 Alan Mulally)를 거쳐 또 다른 보수적인 내부 인사(마크 필즈 Mark Fields)로 회귀해왔다.
필즈의 예상치 못한 파면과 스틸케이스 Steelcase CEO 출신 짐 해킷(62)의 선임으로, 포드는 다시 한 번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해킷은 자동차와 전혀 연관이 없는 인물이다. 보잉 사의 상업용 항공기 사업을 운영했던 멀럴리와는 달리, 그는 거대 제조업체를 경영해본 적이 없다. 그는 기업 임원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적인 인물이자 전략가로, 소위 ’디자인 사고‘를 경영의 청사진으로 삼고 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테드 콘퍼런스가 유행하기 전, 그는 젊은 CEO로서 그 곳에서 매년 강연을 했다. 몇 년 간 그는 산타페 연구소의 ‘복잡계(complex systems)’ *역주: 기상·생명 현상·화학 물질·수리 통계·경제 활동 같은 수많은 요소들이 융합된 체계 이론가 제프리 웨스트 Geoffrey West부터 미시간 대학교 전 미식축구감독 고(故) 보스켐베클러 Bo Schembeckle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상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해킷은 스켐베클러의 전성기 시절, 미시간 대학교 미식축구부의 공격 라인맨 후보였다).
해킷은 스틸케이스를 칸막이방 공급업체에서 세련된 오픈 플랜 사무실 디자인 업체로 변모시키는데 앞장선 바 있다. 그는 포드의 혁신도 비슷하게 구상하고 있다. 멀럴리가 금융위기 동안 포드의 파산을 막고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최근 그 기세가 멈췄다. 영업이익이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은 뒷전이고, 독보적인 F-150 픽업 트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그로 인해 포드는 ‘세계의 도시화’ 속에서 더욱 뒤처지고 있다. 경쟁사 GM의 주가는 지난 1년 간 18% 오른 반면, 포드 주가는 8%나 떨어졌다.
해킷은 자신이 자주 맡아온 고위직 차원에서 계획을 수립한다. 그의 구상은 내연기관차 이외의 매출원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회사가 소유한 채리엇 Chariot을 활용한 ‘마이크로 운송(microtransit)’ 시스템과 교통체증을 완화하는 ‘커브 관리’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포드 앞에 높인 기회를 “이동성의 향연(mobility smorgasbord)”이란 말로 표현했다. 이동성이 포드의 비전통적 매출이 될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언급한 것이다. 해킷은 “그 누구에게도 미래를 양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세부사항에 대해 의도적으로 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여름 그는 100일 간의 기업 리뷰에 착수했다. 그리고 8월 중순 ’도시의 미래‘를 주제로 한 포드 후원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기 전, 미시간에서 포드 최고 임원 300명에게 사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킷은 기업의 ’건강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 가을 출시할 몇 가지 제품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킷의 커리어 중 (포드와) 가장 가까운 사업관계에 있는 회사는 디자인업체 이데오 IDEO다. 그는 이 회사 창업자 데이비드 켈리 David Kelley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스틸케이스는 수년간 이데오의 지배지분을 소유했고, 실제로 해킷과 켈리는 매우 돈독한 사이였다.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켈리의 사무실과 미시간 주 그랜드 래피즈 Grand Rapids에 위치한 해킷의 사무실을 잇는 (그들의 표현을 빌자면) ’웜홀‘을 만들 정도였다. 시스코의 텔레프레젠스 TelePresence 시스템을 활용해 카메라가 하루 종일 서로의 책상을 비추도록 한 것이다. 켈리는 “해킷을 효율적으로 업무에 참여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켈리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유명한 디.스쿨 d.school-인간중심적 디자인 사고를 연구하는 메카다-을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 둘 사이는 오히려 젯슨스 Jetsons *역주: 미국의 애니메이션 시트콤 같았다”며 “아내보다 해킷과 더 가까운 관계였다”고 말했다.
365일 돌아가는 감시카메라의 섬뜩함과는 별개로, 둘의 관계는 해킷이 포드 CEO라는 새 자리에 어떻게 접근하려는 지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디자인 사고’는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마치 종교 같은 것이며, 포드 임원들은 그 ‘복음’을 반복해서 곱씹을 것이다. 켈리는 스틸케이스에서 해킷이 요즘 사무직 근로자들이 원하는 일의 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켈리는 “그 회사는 칸막이 방을 만들고 있었다”며 “해킷은 미래에는 ‘내’ 공간만큼이나 ‘우리’의 공간도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불현듯 떠올렸다”고 말했다. 켈리는 ‘디자인 사고’를 제대로만 적용한다면, 포드 같은 조직의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과거의 방식은 규율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은 프로젝트, 그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켈리는 해킷이 포드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구경꾼이 아니다. 해킷은 2014년 스틸케이스에서 은퇴한 후, 잠시 모교에서 미식축구부 감독을 지냈다(그는 당시 한 가지 의미 있는 일을 했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San Francisco 49ers의 헤드 코치이자 미시간 대학 출신인 짐 하보 Jim Harbaugh를 설득해 프로그램 강사로 초빙한 것이다). 해킷은 스틸케이스를 떠나기 전, 포드 이사회에 합류했다. 2016년 이사직을 사퇴한 후엔 포드의 ‘이동 서비스’를 담당했다. 그가 취한 조치 중 하나는 팰로 앨토에 그린필드 랩스 Greenfield Labs를 설립해 이데오를 주요 협력사로 삼은 것이었다(연구소 이름은 미시간 주 디어본에 소재한 헨리 포드 야외 박물관에서 따왔다). 양사는 그곳에서 비밀리에 포드의 미래 제품에 관한 작업을 진행했다. 해킷은 CEO에 오른 후 이데오를 끌어들여 본사에서 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해킷은 ‘디자인 사고’를 활용해 본인의 모든 업무에 관한 정보를 얻고 있다. 그는 ‘개념화(ideation)’ 과정과 ‘래피드 프로토타이핑 rapid prototyping’ *역주:소규모 원형(small-scale prototype)을 우선 구축해 미리 실제와 핵심기능들을 분석하고 검증할 수 있게 하는 방법 을 활용, 부품 및 서비스 조직 운영 방법부터 제품개발 단계에서의 자본 할당 방식까지 모든 회사 업무를 검토하고 있다.
포드에서 ‘디자인 사고’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일례로, 포드의 ‘크로스오버’ SUV 모델 이스케이프 Escape는 운전자가 뒷 범퍼 밑에서 발을 움직여 해치를 열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덕분에 더 이상 키를 더듬거리며 찾지 않고도, 한아름 되는 식료품을 쉽게 꺼낼 수 있다. 하지만 이데오의 켈리는 포드의 행보에 급진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그는 현재 포드에서 어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 켈리는 “단기 프로토타이핑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될 것”이라며 “대부분 CEO는 깔끔한 프레젠테이션을 원한다. 반면 해킷은 초창기부터 사업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추진 방향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포드의 미래에 대한 해킷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명백한 가늠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채리엇이다. 이 회사는 알리 바합자데 Ali Vahabzadeh가 3년 전 창업한 마을버스 서비스 회사다. 채리엇은 버스 이용자의 거주지와 직장 위치를 기반으로, 스마트하게 노선을 크라우드소싱 *역주:다양한 이들을 참여시켜 그들이 지닌 기술이나 도구를 활용해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하는 통근 서비스를 운영한다. 운행버스는 14인승 포드 트랜짓 왜건 Ford Transit Wagons으로, 샌프란시스코와 오스틴, 시애틀, 그리고 8월부턴 뉴욕 시에서도 운행하고 있다.
채리엇은 개인 고객 외에도 직원들에게 일부나 100% 교통편을 제공하려는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다(구글처럼 자체 통근 버스를 운영할 정도의 규모가 안 되는 회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바합자데는 “채리엇은 모든 운전사를 고용한다. 반(反) 우버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단지 미국 내 혜택 받은 지역의 틈새시장에 머물고 싶지 않다”며 “우린 대중을 위한 사업을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여름만 해도 12명뿐이던 채리엇의 직원은 현재 1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채리엇을 인수한 포드에게 이 신생 기업은 꼭 차를 팔지 않아도 도시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 되고 있다.
‘채리엇 같은 서비스를 한데 묶으면 새로운 차량 운행 시스템이 탄생하고, 포드가 그 시스템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게 해킷의 전망이다. 그는 스마트 자동차 네트워크 서비스 개념에 대해 “우리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추진하고 있다”며 “매우 유익한 적용분야가 늘어날 것이다. 그 네트워크는 단순히 정지신호, 신호등, 그리고 도로 선을 마련하는 것에서 환경의 상호작용을 인식하는 사물인터넷으로 변모할 것이다. 전혀 터무니 없는 시나리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뜬구름 잡는 얘기든 아니든, 해킷에겐 자신의 가설을 입증할 시간이 많지 않다. 바클레이스 Barclays의 자동차시장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존슨 Brian Johnson은 “이런 비즈니스 모델 중 일부는 민간 시장에서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해킷이 이 모델로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상품라인 합리화 ▲비용 절감 ▲자사 공급망의 간소화를 통해 해킷이 포드의 핵심사업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지 탐색하고 있다. 해킷은 지난 10월 3일 월가와 가진 미팅에서 1단계 청사진을 공개했다.
해킷은 결단력 있게 움직이고 있다. 그의 전임자 필즈는 상위 20명 이상의 임원진에게 보고를 받는 등 멀럴리의 ‘원탁 기사단(knights -of-theroundtable)’ 경영팀 전략을 고수했다. 해킷은 그 숫자를 8명으로 줄였다. 또 베테랑 임원 2명-마케팅 책임자 제임스 팔리 James Farley와 운영 책임자 조지프 하인리히 Joseph Hinrichs-의 업무를 대행하며, 포드의 가장 중요한 2가지 전통적 기능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를 통해 해킷은 더 신중하게 사고하며, 현재와 미래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포드를 탈바꿈시키고 있다. 단순히 더 세련된 자동차나 튼튼한 픽업 트럭을 디자인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포드는 114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현재 길거리에는 약 1억 대의 포드 차가 운행 중이다. 해킷은 이를 미래의 상품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탄탄한 기반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우리는 이 같은 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 와있다. 과거와 달리 사람들의 이동 방식이 매우 다양해졌다”며 “그래서 포드가 참여해야 하는 이동 방식을 더욱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킷은 그런 과정에서도 차와 트럭을 계속 판매해야 한다.
■ 해킷을 분석하다:포드 신임 CEO의 세 가지 주요 원칙
1. 변화는 결코 피할 수 없다.
해킷은 유명한 미시간 미식축구부 감독 보스켐베클러 밑에서 운동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을 인용하길 좋아한다. 스켐베클러 감독은 “우린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질 것이다. 같은 상태에 머무르진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신봉했다.
2. 고객에 집중하면 제품은 저절로 따라온다.
포드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기업 모티베이트 Motivate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후원하고 있다. 포드는 자동차 사업을 하고 있지만, 디자인 자문사 이데오와 함께 자체 추진력에 대한 아이디어도 모색해왔다.
3. 오픈마인드를 가져라.
해킷은 “포드는 차 그 이상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그는 미래에 다가올 기회를 위해 주차 등 도시 내 교통체증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주차 문제를 해결하면 사람들이 이동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ADAM LASHIN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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