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국채 금리 인상 여파가 국내 채권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장기물을 중심으로 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며 채권 투자자들의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임계치인 미국채 10년물 금리 3.0%를 넘을지 주목하고 있다. 3% 아래에서 마무리된다면 추가 상승 여력은 점차 감소하고 증시 영향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10년물이 전일 대비 4.7bp(1bp=0.01%포인트) 오른 2.803%로 장을 마쳤다. 20년물과 30년물도 각각 4.7bp와 3.6bp 상승한 2.750%, 2.725%로 마감했다. 단기물은 1년물이 1.2bp, 3년물이 3.7bp 오르며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국내 시장에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채권시장은 지난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8bp나 급등하며 2.8415%로 4년 만에 2.80%를 넘어섰다. 10년물 금리가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최대 주간 오름폭을 기록하고 30년 만기 금리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는 등 장기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미국의 고용시장이 안정되고 임금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장기 금리 상승에 압력을 더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쯤부터 유가가 뛰면서 인플레 기대심리가 많이 올랐는데 최근에 관련 지표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금리 인상이 두드러졌다”며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미국을 중심으로 빨라진다는 우려에 채권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단기 급등을 우려하며 지금의 양상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10년 금리가 2.75% 정도면 충분히 상단이라고 주장했는데 지난주 10bp 위로 뚫렸다”며 “상승 레벨보다 더 고민스러운 것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급격하게 오른 채권금리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만 현재의 펀더멘털이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시장 분위기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명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심리를 반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BEI) 지표와 달리 중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상승 강도는 완만한 수준”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연내 3회라는 기존 전망에 변화가 없다면 추가 상승 여력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미국채 10년물 금리의 적정 수준을 2.90~3.00%로 평가하며 만약 3.00%를 넘지 않을 경우 시장이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 연구원은 “펀더멘털 전망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 아니면 급격하게 상향 조정되지 않는다”며 “지금 레벨 정도로 수렴하면 채권시장은 당분간 변동성에 유의해야 하지만 주식시장 등은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미 국채 금리 10년물이 3%를 넘기 위해서는 내년 이후에도 미국 경기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 확인돼야 하고 중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근거로 기준금리 인상이 연내 4회 이뤄진다는 컨센서스 성립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 역시 “미국의 금리가 네 차례 오르면 실질 잠재성장률을 상회한다”며 세 차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수출은 호조를 보이는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경기 회복에 부합하지 않고 더디게 이뤄지는 만큼 글로벌 금리 상승에 연동한 채권금리 인상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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