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초대형 투자는 잔뜩 위축된 국내 산업계에 모처럼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다. 대규모 설비 수주가 예상되는 협력사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평택 일대 주민들이 반색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반도체 시황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행된 투자 결정이라는 점에서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과거 남들이 몸을 사릴 때마다 공격적 투자로 경쟁사를 압도해온 ‘초격차 전략’이 어김없이 등장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풀려난 후 처음으로 이뤄진 투자여서 삼성 특유의 기업가정신과 야성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반도체는 국내 주력산업이 쇠퇴하는 와중에 그나마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다. 수출 비중이 20%에 달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지탱하는 최대 버팀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이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삼성에 바라는 것도 통 큰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기여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이다. 지난해 4·4분기 제조업의 국내 공급이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하는 등 우리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삼성은 앞으로 반도체뿐 아니라 태양광이나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투자에 나서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산업계에 투자의 물꼬가 트이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도 삼성의 투자사례를 통해 무엇이 일자리 창출의 정도인지 다시 한번 성찰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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