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방한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사진) 독일 대통령은 9일 “북한의 대화 제스처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되고 대대적인 정치적 압박과 강력한 제재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 경험과 도전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아산대담에서 “남북 단일팀 등은 다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최근 북한이 보내는 신호는 쇼인지 기만작전인지 진정 대화를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현 한반도 상황에 대해 “분단의 숙명이라는 공통점에도 한국은 독일과 달리 70년 이상 분단된 상태로 살고 있다”며 “군사적 위협에 더해 이제는 핵 위협도 직접적이고 현존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의 평화, 언젠가는 통일된 한국에 관한 모든 시나리오는 이 지역의 외교적 안정이 보장될 때만 현실적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 간 대화가 시작됐지만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그동안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에 너무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면서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제재에 목소리를 내고 대북 압박 유지에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남북 간 양자대화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이를 다자대화로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지속적인 대화를 원하는 건지 올림픽 기간 동안 ‘미소정책’을 쓰는 건지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대화의 모멘텀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이후 6자회담처럼 현재 있는 포맷이든 새로운 포맷이든 주변국과 북한의 핵 무장을 막기 위한 하나의 (대화)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는 오히려 북한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이 통일될 수 있었던 여러 조건 중 하나는 동독 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다는 점”이라며 “북한 주민 사이에서 역동성이 발휘돼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시장경제 질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남북 회담은 아주 낮은 수준의 인도주의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으면 이미 성공적”이라면서 “이번 대화에서는 너무 무거운 의제를 다룰 필요가 없고 인도주의적 문제에서 점차 수위를 높여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 제12대 대통령으로 부총리, 사회민주당 부당수 및 원내대표, 외무장관 등을 역임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이 토론을 맡았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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