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車업종 취업자 2,200명 줄어···조선도 22개월 연속 감소세

경제심장 제조업에 직격탄

해고·기계 대체도 잇따라







# 서울 성수동의 금속가공업체 A사는 지난해 말 2억원짜리 금속 절단기계 2대를 추가로 도입했다. 직원 수를 동결하는 대신 기계를 늘린 것이다. A사 김모 대표는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기계로 인력을 대체하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 해외에서 꽤 알려진 B 디자이너 브랜드는 해마다 3명의 신입사원을 뽑았지만 올해는 2명만 고용하기로 정했다. 가뜩이나 국내 패션시장이 글로벌 SPA 브랜드와 해외 직접구매 등의 영향으로 쪼그라들고 있는 마당에 최저임금 악재까지 겹치며 비용 부담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 회사 수석디자이너는 “지금 같은 불경기에 당장 인건비가 100만원 이상 늘어났다”며 “영세한 브랜드들 입장에서는 젊은 감각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지만 생존을 위해 채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 경기도 시화에 자리한 자동차부품회사 D사는 200억원을 들여 자동화 설비를 갖춘 제2공장을 마련했다. 하지만 급격하게 오른 인건비를 부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후덕 대표는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인당 60만~70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했다”며 “자동화 설비를 갖춰 놓아도 기본 인력은 필요한데 임금은 올라가고 (업체 간 경쟁으로) 제품 가격은 떨어지니 기존 인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 인상발(發) 고용쇼크가 가장 큰 타격을 준 산업은 한국 경제의 심장이자 버팀목인 제조업이었다. 고용노동부가 11일 공개한 ‘2018년 1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제조업 취업자(고용보험 피보험자)는 357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00명 줄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전년 동기보다 늘어났던 제조업 취업자가 2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제조업 가운데 가장 휘청거린 업종은 자동차와 조선(기타운송장비), 섬유제품, 의복·모피였다.



자동차 산업 1월 취업자는 39만7,000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2,200명가량 줄었는데 자동차 업종 취업자가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지난 2014년 9월 이후 40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완성차보다는 부품 쪽이 더욱 코너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완성차 제조업 취업자는 1,300명 늘었지만 부품 제조업 취업자는 3,500명 줄었다. 고용부는 해외 현지공장의 실적 부진에 따른 수출 감소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기업들이 인력을 줄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없는 완성차 협력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압박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조선업종도 상황은 마찬가지. 조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타운송장비의 지난달 취업자는 13만4,000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4만1,800명 줄어 2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취업자 감소가 시작된 2016년 4월(20만3,000명)과 비교해보면 3분의1이 줄어든 셈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 신입사원도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말이 나오는 판에 협력사들의 인건비 사정이야 오죽하겠냐”고 토로했다. 이밖에 섬유제품, 의복·모피 산업도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1월 섬유제품과 의복·모피 취업자는 각각 10만5,000명, 6,4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900명, 3,000명 줄었다.

이 같은 수치는 현장 분위기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이너웨어를 판매하는 C사에서 7년간 근무해온 60대 김모씨는 얼마 전 해고통보를 받았다. 원재료 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올해부터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 악재까지 겹치면서 회사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그는 “사장이 직원들 월급이 많이 올라 걱정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젊은 친구보다 고령자를 내보내는 게 먼저인 것 같다”며 “급기야 불법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는 슬픈 얘기를 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봉제업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 브랜드 협력업체인 D 봉제회사 대표는 “10년간 경쟁업체로 일하던 협력업체 공장이 이미 일을 접었고 몇 군데는 접을 예정”이라며 “생존을 위한 원가절감도 이미 한계에 다다라 인원을 줄이는 수밖에 없고 결국 생산성이 낮은 고령자가 타깃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업급여 신청자 수도 급증했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만7,000명(32.2%) 급증했다. 신규 신청자와 증가율 모두 고용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이래 최고치다. 지난해 5조원을 돌파한 지급액은 올해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임지훈·정민정·변수연기자 jh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