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 군산공장을 오는 5월 말까지 완전 폐쇄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2,000여명의 직원과 수십만명의 협력업체 고용을 볼모로 한국 정부를 협박하는 형국이다.
군산공장은 준중형 세단 ‘크루즈’와 다목적자동차(MPV) ‘올란도’를 생산하지만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해 지난 3년간 가동률이 20%에 못 미쳤다. GM은 앞으로 부평과 창원공장 폐쇄 또는 구조조정 여부를 놓고 한국 측과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GM은 13일 발표자료를 내고 “지난 수년간 심각한 손실을 기록한 한국GM의 경영실적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군산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GM은 후속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GM은 군산공장 비현금 자산상각 4억7,500만달러와 임금 등 비용 3억7,500만달러를 올해 2·4분기 회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부지와 설비를 회계상으로 포기할 뿐 아니라 위로금을 지불해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뜻이다. 한국GM은 이날 상무 이하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희망퇴직을 접수한다고 알렸다.
GM은 군산공장 폐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리는 동시에 정부와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또는 유상증자 참여를 강하게 압박했다. GM 측은 “노조, 정부, 주요 주주 등에게 한국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했다”며 “제시안에는 대규모의 직접적인 제품 투자가 포함돼 이를 통해 수천개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밀어붙였다.
최근 한국을 다녀간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GM은 글로벌 신차 배정의 갈림길에 있고 2월 말까지 논의를 통해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산은이 지원을 결정해야 수출용 신차 생산 일감을 주겠다는 뜻이다. 이는 자금·세제 등 지원이 없으면 부평과 창원의 미래도 없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으로 들린다.
정부는 이날 산은이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의 경영상황을 파악해야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GM이 이달 말까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자 규모 및 대출·세제 같은 추가 지원을 두고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비즈니스 관행상 가동률 20%로 3년을 간다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왔다”며 “GM으로부터 구체적인 경영 개선안을 받고 새로운 모델에 대한 물량 배정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논의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맹준호기자 세종=김영필·박형윤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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