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12월 26일 출범한 ‘다스 횡령의혹 고발사건 수사팀’ 활동을 종료하고,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화력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단일화했다.
1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다스 수사팀은 이날 활동을 종료하고 노만석 부장검사 등 일부 검사와 수사관들은 다스 관련 의혹을 광범위하게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합류해 관련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검찰은 그동안 다스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으로 이원화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동부지검 다스 수사팀은 횡령 의혹을 중심으로, 중앙지검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를 주축으로 다스 실소유주 규명에 집중해 왔다. 다스가 BBK투자자문 전 대표 김경준씨를 상대로 미국에서 140억 반환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 청와대 등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 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등이 대표적 예다.
이날 다스 수사팀 활동이 종료되고, 소속 검사와 수사관까지 중앙지검에 합류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3개 이상의 부서가 투입된 사실상의 특별수사팀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다스 수사팀은 활동 종료를 앞두고 이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호영 전 BBK 특별검사가 지난 2008년 특검 수사 당시 다스의 ‘120억원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 전 특검이 다스 경영진 등의 연간 5억원 이상의 법인세 포탈 혐의를 포착했음에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인정할 자료를 발견할 수 없어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다스 120억원 자금은 정 전 특검의 수사와 같이 다스 경리직원 조 모씨가 경영진 몰래 별도로 빼돌린 횡령금으로 판단했다. 수사팀은 또 이 중 일부는 반환하지 않고 은닉한 정황도 발견했다.
다만 수사팀은 120억원과는 별도로 발견된 추가 비자금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다스 경영진이 납품 대가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비리와 도곡동 땅 매각대금 150억원에 대한 사용처도 추가로 확인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수사내용을 공유했다”며 “현재 조성된 비자금의 세탁 과정을 분석 중이고, 실소유주가 별도로 있다면 그 개입 여부는 수사 과정에서 자연히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청계재단 소유 영포빌딩 관리인의 차량에서 다스의 실소유 관계를 입증할 증거물인 ‘외장 하드 디스크’를 압수하는 등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심증을 굳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팀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문에서 “다스 본사 및 분사무소, ○○빌딩 등 압수수색 과정에서 ○○빌딩 관리인이 차량에 숨겨둔 외장 하드 등 다스 실소유 관계입증과 관련된 증거를 다량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언급한 ‘○○빌딩’은 영포빌딩으로, 빌딩 관리인은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관리자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으로 추측된다. 이 국장은 자신이 관리하던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장부를 일부 파기한 혐의로 지난 13일 긴급체포돼 15일 구속됐다. 그는 ‘차명재산 장부’의 존재를 알게 된 검찰이 임의제출을 요구하자 핵심 내용 부분을 찢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이미 해당 내용을 파악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콕 집어 존재를 드러낸 이 외장 하드가 다스 실소유주 규명과 관련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달 말까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영배 금강 대표 등을 상대로 다스 자회사 등에서 조성한 비자금이 이 전 대통령 측에게 흘러갔는지 등을 조사하는 등 막바지 보강 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검찰이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심증을 굳힌 만큼, 평창동계올림픽 폐막 직후인 3월께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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