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명절 경부고속도로로 귀성길에 오른 김모(51)씨는 얼마 전 버스전용차로 위반 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길이 너무 막혀 잠시 버스전용차로로 달렸지만 경찰이나 카메라에 적발된 기억이 전혀 없었기 때문. 하지만 통지서에는 버스전용차로로 주행하는 자신의 차량과 번호판이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경찰에 확인해보니 명절을 맞아 한국도로공사와 합동으로 실시한 ‘명절특별단속’에서 사용된 교통법규위반 단속용 드론에 적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 말고도 지난 설 명절 연휴 기간 드론에 단속된 교통법규 위반 사례는 총 508건에 달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화려한 공연으로 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드론이 경찰의 업무를 돕는 ‘하늘 위 도우미’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경찰의 실종자 수색이나 도주범 검거, 경비, 대테러 활동 등에 경찰의 중요 장비 중 하나로 드론이 활용되고 있어 앞으로 국내에서도 드론의 역할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경찰은 교통법규 위반 단속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명절이나 휴가철, 연휴 기간 중 일부 교통체증 구간에 드론을 투입해 헬기·순찰차와 함께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 단속 대상은 지정차로 및 버스전용차로 위반, 갓길운전, 얌체운전 등이다. 다만 드론을 직접 운용할 인력이 없어 한국도로공사와 계약한 드론 업체 소속 전문 조종사가 드론을 직접 조종해 위반 차량을 가려낸다. 현재 전국 각 고속도로에 투입되는 드론은 4,200만 화소의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어 40m 상공에서도 번호판을 명확히 식별할 수 있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카메라는 차량의 앞면뿐 아니라 뒷면까지도 촬영할 수 있다. 경찰은 촬영된 영상이나 사진을 넘겨받아 분석작업을 거쳐 차량 명의자에게 위반 사실을 통보하고 있다.
드론의 최대 강점은 저렴한 비용과 효율성이다. 헬기는 한 번 이륙하는 데 수백만 원이 들어가지만 드론 운용비용은 10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저공비행을 해도 소음이 적고 근접 촬영도 가능해 일반 시민의 불편이 적고 정확성도 높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드론으로 단속한 도로교통법 위반 사례는 총 1,701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 카메라가 없는 구역에서 위반 행위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경우 드론을 활용한 단속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드론에 적발된 운전자들은 대부분 이의 제기 없이 과태료를 납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드론 한 대가 경찰관 100명의 몫을 할 정도로 장점이 많아 앞으로 단속활동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드론은 산악지대·험로 등 경찰이나 경찰견이 직접 둘러보기 어려운 곳에서도 숨은 공헌을 펼치고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드론의 활약이 이어졌다. 고지대인 설상경기장 주변에 배치돼 하늘에서 폭발물을 탐지하고 테러 징후를 감시하는 등 대테러 활동을 펼쳤다. 드론이 실종자를 구하거나 깊은 산속에서 일어나는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부산 영도구에서는 경찰이 드론으로 낭떠러지 바위틈에서 숨진 80대 노인을 발견했다. 완도에서는 경찰이 드론을 활용해 산 중턱에 몰래 조성된 양귀비 재배지역을 단속하기도 했다. 또 울산에서는 순찰차량의 접근이 어려운 강변 산책로 순찰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경찰 수사에 드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경찰국(LAPD)은 드론을 실종자 수색뿐 아니라 감시·정찰용으로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영국은 런던 히스로공항 등 주요 공항에 경비 목적으로 드론을 배치하고 있다. 중국 공안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드론을 우리와 마찬가지로 춘제 등 명절에 교통관제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경찰은 지난 2015년 총리 관저에 방사능 오염물질이 담긴 드론이 침입한 사건 후 드론을 잡는 포획용 드론까지 도입했다.
우리 경찰도 치안용 드론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손잡고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실종자 수색용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경찰용 드론은 광학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 실종자 수색 프로그램을 탑재해 낮과 밤 구분 없이 촬영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실종자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경찰은 이르면 올 하반기 실종자 수색용 드론을 일선 현장에 배치해 시범 운영한 뒤 내년 초 전국 현장으로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드론 조종을 위한 경찰관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경찰교육원은 올해부터 정규 교육과정에 드론 이론과 실습 과정을 개설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경찰용 드론은 일반 드론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경찰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해 실종자를 구분하는 스마트 기능도 갖추게 될 것”이라며 “경찰력이 부족한 지역이나 재해재난 구조활동 측면에서는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돼 경찰관 여러 명의 몫을 대신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성욱·허세민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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