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형철의 철학경영] 싸움의 목표를 정하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68>싸울 수밖에 없는 때가 온다면

얻어야 할 것 정확히 알고 있어야

상대방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어

당근·채찍 활용 각개격파 전략을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오리를 사냥하러 간 한 청년이 있었다. 새로 산 공기총을 공중에 연신 쏘아댔지만 오리들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번번이 실패한 끝에 드디어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거기로 냅다 뛰어갔다. 그런데 웬일인가? 한 노인이 그 앞에서 자기가 쏜 것으로 추정되는 오리 한 마리를 이미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르신, 죄송하지만 그 오리는 제가 쏜 겁니다. 절 주시죠” “허허, 이 맹랑한 젊은이 좀 보게나. 자네, 오리가 이름표 달고 다니는 거 봤어? 먼저 주운 사람이 임자지. 허나 자네도 이 오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니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세. 서로 한 방씩 때려서 상대를 녹다운시킨 사람이 가지도록 하는 건 어때?” 젊은 사냥꾼은 좀 억울하지만 그래도 자기가 좀 더 젊으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서 동의했다. 그랬더니 그 영감은 자기가 연장자니까 먼저 때리겠다고 해서 그것도 양보했다. 한 방이 들어왔는데 바로 급소를 채이고는 그 젊은이는 땅바닥에 나뒹군다. 거기가 그렇게 아플 줄이야. 겨우 추스르고 일어서서 자기 차례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그 어르신 왈, “그 오리 자네가 가져” 그리고는 쓱 가버린다.



자, 이 우화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싸울 때는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만 따라 하지 마라. 그러다가는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특히 게임 룰만큼은 이해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 함정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 아무리 그럴 듯해 보여도 덜컥 하자는 대로 했다가는 낭패를 당하게 마련이다. 둘째, 상대를 얕보지 마라. 상대가 나이 많은 노인이라고 우습게 보다가 한 방 맞은 거다. 아주 제대로 맞은 거다. 원래 급소란 나이와 관계없이 무지하게 아프기 마련이다. 누구든지 한 방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셋째, 싸움에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정해라. 사실 이 젊은이가 싸움에서 얻고자 한 것이 그 오리였다면 목표한 바를 달성한 것 아닌가. 물론 약간의 쓰라린 고통이 따르기는 했지만 결국 그 오리를 양보받은 것 사실이니까. 물론 상대를 때려눕히고 오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면 제일 좋았겠지만 맞고라도 가지고 온다면 맞고 뺏기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서로 싸우지 않고 서로 도와주기만 하면서 살 수 있으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살다 보면 부득이하게 싸우지 않고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갈 수 없을 때가 많다. 길을 가는데 갑자기 여러 명이 그 앞을 떡하니 가로막는다. 돌아갈 길도 만들어 주지 않는다. 이럴 때는 싸울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런데 여러 명을 상대로 싸울 때는 지켜야 할 법칙이 있다. 첫째, 싸울 때는 한 놈만 패라. “야, 시간도 바쁜데 한꺼번에 다 덤벼” 이런 호기는 영화에서나 하는 이야기다. 적들이 단결해서 한꺼번에 달려들면 천하장사라도 결국은 지고 만다. 덩치 작고 약한 하이에나가 떼로 몰려오면 덩치 큰 사자도 진다. 그래서 싸울 때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야, 덤빌 때는 우르르 다 나오지 말고 한 놈씩 나와라” 그리고는 한 명을 선택하라. 그리고 그 한 명은 반드시 제일 센 놈이거나 그보다 한 칸 밑이어야 한다. 너무 약한 놈하고 붙으면 이겨봐야 효과도 없다. 둘째, 팰 때는 한 군데만 패라. 급소면 제일 좋다. 급소가 아니더라도 한 군데를 집중적으로 패면 결국 거기가 무너지게 돼 있다. 여기저기를 건드리면 때리는 사람만 힘들 수도 있다. 그저 한 군데 아킬레스건만 확실하게 끊어놓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내 아킬레스건은 잘 보호해야 하겠지만.



문제는 적을 언제까지 팰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흔히 하는 말은 “죽도록 패라”고 한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비록 적이기는 하지만 이쪽에서 죽이려고 덤벼들면 저쪽의 저항 강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일 수 있다. 적에게 주는 피해도 커지지만 아군도 피해가 큰 것은 좋지 않다. 그러면 항복할 때까지 팬다? 항복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적들도 많다. 적은 아군의 통제 범위 안에 둘 수 있을 정도로만 패면 된다. 적은 박멸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적이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다음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싸움의 목표를 분명하게 정하라. 그러면 오리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급소를 차이지는 않는다. 싸움의 규칙을 상대방에게 다 맡기지 마라. 내 방식대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싸움은 안 하는 것이 제일 상책이고 할 수밖에 없다면 빨리 끝내는 것이 차선책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