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국해의 일부 섬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극에 달했던 지난 2010년 9월7일. 일본은 영해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중국 선원을 구금한다. 중국이 곧바로 꺼낸 보복 카드는 희토류 수출 금지. 화들짝 놀란 일본은 중국 선원을 곧바로 석방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중국이 그것을 어떻게 무기화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중국은 당시 원유부터 우라늄·희소광물 등의 광구를 흡입하던 시기다. 꾸준히 광구를 사들였던 강대국들은 긴장했고 경쟁국 일본 등은 자원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광구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다.
우리라고 가만히 있었을까. 2009년 4월. 자원개발 최고경영자(CEO) 포럼에 참석한 이윤호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외환위기 이후 26개 광구를 매각한 것은 땅을 치고 후회할 만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지경부를 핵심으로 자원공기업이 자원개발의 선봉에 섰다. 돈이 적게 드는 탐사광구 매입 수준에서 굴지의 자원개발회사를 통째로 인수하거나 생산광구도 매입에 나섰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한 자릿수에 머물던 석유·가스의 자주 개발률은 2011년 15%에 육박했다.
하지만 열기는 5년이 채 못 갔다. 자원공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순간 싸늘해졌다. 수십조원의 혈세를 펑펑 썼다고 했다. 물론 일부 비리도 드러났다. 해당 부처는 물론 감사원·국회에 이르기까지 감사를 받았다. 검찰의 문턱도 넘어야 했다. 공기업들이 가진 광구에 대한 매각 리스트가 만들어졌고 팔았는지가 평가 잣대였다. 그들은 “정말 A광구·B광구는 갖고 있으면 ‘나중에 돈이 된다’며 버티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매각 압박은 올해도 이어진다. 오죽하면 해외자원개발의 산 역사인 ‘두성호’까지 팔았으랴. 박근혜 정부 5년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까지 상투를 잡았던 자원개발 실패의 ‘주홍글씨’는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자원공기업의 한 임원은 30년 전 상황이 그대로 재연됐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한전은 1987년 어렵사리 캐나다 서스캐처원 애서배스카 지역의 우라늄 광산(850만달러)을 사들였다. 그러나 100% 수입에 의존하던 우라늄을 직접 조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해외광구 등 유휴재산 매각을 국가가 명령했다. 씨감자 운운할 여력이 없었다. 결과는 헐값 매각. 취득가격보다 300만달러가량 낮았다고 한다. 물론 그것의 가치는 현재 30~40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돈이 문제는 아니다. 자원개발 역량이 사라졌다. 해외자원개발의 단절. 잃어버린 10년이었다. 자원개발의 실패가 반복되는 근본 이유다. 전문가들이 “당시 5년만 버텼어도 우리의 자원개발 역량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라고 한탄할 정도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네트워크를 다시 쌓고 전문인력·기술장비 등을 구축하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무너뜨리는 데는 5년이 채 안 걸렸다. 2016년에는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재정 지원이 ‘0’원이었다. 자원 빈국이 해외자원개발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 결과를 토대로 광물자원공사 구조조정 방안을 냈다.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떼는 게 골자다. 부실을 이유로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모두 버려도 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조만간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도 발표한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 못한다. 우리 현실이 그리 한가한가.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에 이어 자원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30년의 긴 호흡으로 자원개발 전략을 짜지는 못할망정 손발을 묶고 경기를 하자고 정부가 뛰어들까 걱정된다. /fusionc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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