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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드] 피의 숙청 끝낸 빈 살만 "이제는 외교다"

■서방 첫 순방나선 사우디 왕세자

이집트·美 등 잇따라 방문

英선 96조5,000억 투자 합의

'탈석유 개혁' 외치는 빈 살만

영미권에 적극 구애하며

외국인 투자 늘리기 사활





반부패 왕족 숙청과 파격적인 사회개혁을 동시에 진행하며 차세대 지도자로 입지를 굳힌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집트·영국·미국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외교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왕세자에 책봉된 후 첫 공식 해외순방에 나선 빈 살만 왕세자는 내부숙청으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살리기 위해 이번 해외 일정에서 사우디의 경제 번성과 우호적인 기업 환경 등을 적극 홍보하는 경제외교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다만 일련의 정치·사회개혁에도 여전히 반인권적인 사회환경과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불안정성으로 투자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빈 살만 왕세자는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만나 향후 수년에 걸쳐 양국 상호무역 및 투자규모를 650억파운드(약 96조5,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데 합의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흘간 영국에 머물며 양국의 무역 및 안보 교류를 강화할 예정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앞서 지난 4일 이집트 방문을 시작으로 해외순방에 돌입했지만 서방국가 방문은 영국이 처음이라 주요 외신들은 이날 방문을 빈 살만 왕세자의 사실상 첫 공식 외교무대 데뷔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이어 오는 19일 미국을 방문하고 이후 프랑스까지 발길을 뻗칠 것으로 관측된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해외순방은 최근 왕족 구금 등으로 사우디의 권위주의 정치가 부각되면서 위축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외교로 돌파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탈석유 개혁을 노리는 그가 대외적으로 사우디의 경제환경을 알리고 서방국가와의 협조를 넓혀 외국인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사우디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2011년 163억달러에서 2016년 75억달러로 쪼그라든 상태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국방연구소의 마이클 스티븐스는 “정치적 격변을 겪은 뒤 얼마 되지 않아 해외순방에 나선 것은 사우디가 기업 환경에 우호적이라는 점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후 미국에서도 백악관은 물론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투자유치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눈독을 들인 사우디 국영 가스회사 아람코의 뉴욕상장을 저울질하는 한편 아마존의 사우디 데이터센터 설립 논의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왕세자는 첨단산업으로 경제 방향을 틀면서 이를 위해 미국의 노하우를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전했다.

서방국가들도 사우디의 시장 잠재력과 자금력에 대한 기대 속에 빈 살만 왕세자의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새로운 동맹과 시장·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우디를 최고의 파트너 후보로 꼽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개입하며 인도적 재앙을 초래하고 있고 레바논 등 주변국 정치를 좌우하며 중동의 정치적 불안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빈 살만 왕세자의 영국 방문을 앞두고 런던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항의시위가 곳곳에서 열렸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도 “영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더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사태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고 메이 총리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사모투자회사 블랙스톤의 회장인 스티븐 슈워츠먼은 CNBC에 “사우디로 투자가 몰려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사우디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 중요한 변화들에 어떻게 작동할지 확인한 뒤 투자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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