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아내’에게 눌려 살던 ‘못난 남편’이 아내를 독살한다. 그런데 부검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에 안치했던 시체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밤, 국립과학수사원에서 치열한 기싸움을 펼칠 ‘사라진 밤’의 남편 김강우와 형사 김상경을 만났다.
대비되는 두 캐릭터, 형사와 남편은 서로 만나 완벽한 궁합을 선보인다. 김강우가 냉혈한이라면 김상경은 껄렁거린다. 김강우가 흔들릴 때, 김상경은 몰아붙인다.
이번 영화는 김상경의 네 번째 형사 역할. 김상경은 “‘또 형사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몽타주 이후 5년 만에 맡는 형사 역할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형사 역할이 익숙한 모양. ‘이번 영화를 위해 취재를 했나’는 질문에 그는 “살인의 추억 때 (취재를) 너무 많이 해서 안했다”며 “이제 다른 사람이 형사 역할에 대해 물어보면 옷은 어떻게 입고 추리는 어떤 식으로 하라고 상담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상경은 형사 역할이 너무나 편했다고. 김상경은 “영화를 찍을 때, 그 역할에 밀착해서 생활하는 편”이라며 “형사 역할을 하니 촬영 끝나면 ‘너 어디가. 미쳤구나. 나랑 술먹어야지’라고 말할 수 있어 편했다”고 밝혔다. 출퇴근 할 때도 촬영 의상을 일부러 입고 다닌다. 그는 “옷을 길들이기보다는 몸을 옷에 맞추는 것”이라며 “내 몸이 편하고 자연스러워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악역인 남편 역할을 맡은 김강우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자신 속에서 ‘아내를 죽인 남편’이란 면모를 찾기는 힘들었을 것. 김강우는 “악역을 맡을 때 자신과 배역을 동일시하지 않는다”며 “김강우란 배우에게서 나쁜 면을 찾기보다는 남편이라는 캐릭터를 머리 속에 그려놓고 거기에 하나하나 맞춰가는 편”이라 밝혔다. 그는 이어 “아내를 죽인다는 가정 자체를 하는 것 자체가 웃기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내를 죽인 남편’이 받는 심리적 중압감을 표현하기 위해 잠도 줄이고, 살도 뺐다. 최대한 예민하고 수척하게 보이기 위해서다.
‘사라진 밤’은 이창희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두 배우는 신인 감독인 만큼 불안함도 없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상경은 특히 “보통 감독들이 더 찍자고 하는데, 이 영화는 배우들이 씬을 더 찍어야 할 것 같다고 졸랐다”며 “마치 홍상수 감독이랑 촬영하는 것 같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를 찍다가도 자신이 만족스러우면 ‘아 그만둬도 될 것 같다’고 촬영을 끝내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상경은 “완성된 영화를 보니 이창희 감독이 왜 자신감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며 “이창희 감독이 계산을 잘했다. ‘무조건 다음 영화는 보장됐다’고 말해줬다”고 웃었다.
김강우 역시 “그동안 봐 왔던 반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반전”이라며 “영화를 보러 간 친구들끼리 각자 다른 추리를 해 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 역시 “편집으로 사라진 부분이 10분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신인 감독이면 불안해서라도 더 찍자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그는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며 “다음에도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면 출연할 것”이라 말했다.
김상경은 “요즘 영화가 대작에 편중돼 있는데, 오랜만에 중간급의 영화에서 재미있는 색깔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웃기고 재밌는 걸 떠나, 영화적인 재미를 강조할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며 “손익분기점이 400만 명인 제작비용 200억짜리 대작들 보다는 ‘사라진 밤’처럼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가 더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라진 밤’을 ‘오아시스 같은 작품’이라며 장르의 욕구도 채워주고 영화적 재미도 채워준다고 표현했다. 김강우 또한 “큰 재미를 한방에 터트리기보다는 계속 재미를 쌓아가고 보는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며 “지금까지 본 사람들의 호평에 흥행도 조금 기대하고 있다”고 웃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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