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난안전 시스템이 동남아에서 빅히트를 쳤다. 연례행사로 태풍 피해를 입는 필리핀에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해 피해 규모를 크게 낮추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13일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이 필리핀의 민다나오섬에 구축한 재난안전 시스템은 지난해 12월 태풍에서 수백명의 생명을 구했다.
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 2012년 필리핀 정부로부터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동남아의 도서국가인 필리핀은 태풍 다발 지역인데 특히 2011년 12월 시간당 최대 풍속 65㎞, 중심기압 1,000hPa 규모의 소형 태풍 ‘와시’가 남부 민다나오섬을 강타해 1,227명이 숨지고 350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났다. 이중 민다나오섬의 카가얀데오로에서는 674명이 사망한 참사였다.
당시 재난안전연구원장이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UNESCAP)·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 방재분과 의장으로 있었다. 연구원은 이듬해부터 3년간 카가얀데오르에 ‘돌발홍수 예·경보 시스템’과 ‘자동우량경보시설’을 구축했다. 비용은 ODA 재원이 사용됐다. ODA는 보통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향상에 투자하는데 한국에서 재난안전 분야에 ODA를 사용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여기에는 총 13억원이 투입됐다.
효과는 놀라웠다. 2017년 12월 풍속 86㎞, 990hPa 크기의 중형 태풍 ‘덴빈’이 2011년 와시 때와 비슷한 경로를 휩쓸었지만 피해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카가얀데오로에서는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필리핀 기상청장은 재난안전연구원에 감사편지를 보내 “필리핀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의 시스템 증여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재난안전연구원은 현재 베트남과 라오스에 재난안전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향후 우즈베키스탄에도 공급을 검토 중이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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