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4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일주일 안에 추방할 것”이라며 “이들 외교관은 영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정보 기관원들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외교관 추방은 30년 만에 최대 규모다. 메이 총리는 또 적대 국가의 활동이 영국 내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간첩을 색출해 처벌하는 법을 새로 만들고, 문제 소지가 있는 러시아 관리들의 영국 입국 불허와 함께 이들의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러시아인들의 입국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부패한 러시아 고위층들이 영국에서 머무를 곳은 없다”고 언급했다. 메이 총리는 또 러시아와의 고위급 접촉을 중단하기로 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초청하려던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월드컵에 선수단이 참여하더라도 장관급이나 왕실 관계자가 불참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인 것.
이 외에 메이 총리는 영국인의 생명이나 재산을 위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증거가 있을 경우 러시아의 국가 자산을 동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가 안보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대러 제제 조치도 취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국 정부가 국가안보위원회를 개최한 뒤 내놓은 이같은 제재는 러시아가 메이 총리가 설정한 13일 자정까지 적당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의 독극물 살해 기도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 회동을 요청했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이유로 수감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은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영국 정부는 스크리팔 부녀에게서 1970∼80년대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Novichok)’이라는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며 러시아에 소명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영국으로 망명한 또 다른 러시아인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의문사한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의 친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출신 니콜라이 그루쉬코프(68)가 12일 저녁 영국 런던 뉴몰든에 있는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가족과 친구 등이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척결 과정에서 쫓겨나 2001년 영국으로 망명한 베레조프스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밝혔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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