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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 논리에 구금된 김백준의 인권

윤경환 사회부 기자





“구속한 지 벌써 한달 반이 됐는데 아직도 수사 기록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재판을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4월까지 넘어간다고요? 그럼 도대체 피고인을 왜 그렇게 서둘러 구속했습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조사가 이뤄진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뇌물방조 혐의 첫 재판에서 이영훈 부장판사는 증거 제출에 미적대는 검찰을 강하게 다그쳤다. ‘빠르면 4월 초’에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수사 기록도 넘기겠다는 검찰 측 입장에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형사소송법상 법정 구속기간은 2개월이다. 이후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두 번에 걸쳐 연장할 수 있다. 미결수의 인권을 위해 최대 6개월을 넘기지 말고 법을 집행하라는 취지다. 이 때문에 통상 형사소송에서는 구속 이후 한 달 안에 첫 재판과 증거 제출이 이뤄진다.



그러나 지난 2월5일 구속기소된 김 전 기획관은 여전히 수사기록도 열람하지 못한 채 구금돼 있다. 다음 재판은 오는 4월19일이다. 법조계에서는 그의 구속기간이 4월5일에서 두 달 더 연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1월17일 구속돼 기소 전 수사 단계 구속기간인 20일까지 모두 채웠음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석달 이상을 감방에서 보내야 하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기획관이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미결수 기간을 다 채우게 된 이유를 검찰의 정치권 눈치 보기로 분석한다. 검찰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사회적 관심이 분산되면 안 된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 수사 속도를 고려하면 늦어도 지난달 초·중순에는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웠어야 했지만 이를 한 달이나 미뤘다. 이 전 대통령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공범들의 수사 기록 열람·복사까지 늦추면서 김 전 기획관 같은 미결수의 인권은 쉽게 무시했다. 명백한 수사 편의주의이자 정치주의다.

우리나라는 수사와 재판에 있어 불구속수사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른다. 아무리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높다 해도 헌법 정신까지 무시한 채 관계자들을 무턱대고 가둘 수는 없다. 정치적 사건을 다룰 때마다 같은 사례가 반복된다면 검찰이 목표 달성을 위해 구속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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