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으면서 고용부진 요인 가운데 하나로 과도한 정규직 고용 보호를 꼽았다. 정규직에 대한 해고 등이 어려워 기업은 비정규직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신산업 성장이 지체되면서 일자리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들었다.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분석을 해놓고도 이번 대책에 제대로 된 대응 방안을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경직성 완화와 관련한 정책은 이번 대책에서 ‘고용안정유연 모델 구축 등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라는 단 한 줄의 언급이 고작이다. 이마저도 서로 상충할 수 있는 ‘안정’과 ‘유연’을 함께 표기하며 얼버무렸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은 “구조적 문제는 하루아침에 고칠 수 없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규제혁신 등의 대책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연 180일까지 공유숙박을 허용하고 원격의료 지역·모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재탕 삼탕’ 또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공유숙박 허용(연 180일 이내)은 사실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기재부는 2년 전인 2016년 시범사업으로 부산·강원·제주 등 지방자치단체 세 곳에 한해 공유숙박을 연 180일까지 허용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청년이 선호하는 취·창업 기회 확대’를 내걸고 원격의료 지역·모델 확대를 제시한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원격의료는 기본적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18년째 시범사업 중인 원격의료의 지역·모델 확대로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외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혁신을 위해서는 서비스산업발전법·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의 국회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지만 이전 정권에서 나온 법이라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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