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사단’은 이 같은 전략 변화의 상징이다. 군이 검토했던 모델은 두 가지. 같은 공수사단(Airborne)이라도 수송기로 병력을 낙하산으로 적진에 투입하는 미 육군의 82 공수사단과 헬리콥터를 주로 운용하는 101 공수사단 가운데 후자가 우리 환경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변화에 대한 군 안팎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조밀하다는 북한 재래식 대공 화망에 헬리본 사단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한반도 사태 급변 등 미래 전장에 대비하는 최소한의 사전 준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돈. 아파치 1차 도입사업(1조 8,000억원)에서 헬파이어 미사일과 수리부속 최소량만 구입해 도입단가를 낮춘 만큼 2차 사업에서는 미사일 등의 수요가 남아 사업비 증액이 불가피하다. 치누크헬기도 최신형 기체가 비싸거니와 특수전 헬기(MF-64)로의 개량이 필요해 단가는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상초계기 예산까지 합치면 금액이 6조원 선까지 이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방한에서 밝힌 한국의 미국제 무기 대량 구매가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다. 공중지휘통제기 등 추가 도입 등 굵직한 사업들도 대기 중이다. 공교롭게도 세 가지 무기의 제작사가 모두 미국 보잉사다. 보잉사와 록히드마틴사가 번갈아가며 한국의 무기시장을 좌우한다는 논란이 예상된다.
각종 논란에도 추진력은 강한 편이다. 군을 ‘둔하고 비대한 공룡에서 날쌔고 강한 표범’으로 바꾸겠다는 송영무 국방장관의 의지가 강력한데다 육군이 천명한 ‘5대 체임 체인저’에도 공중기동능력 강화가 명시돼 있다. 군은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예산 측면에서 두 가지 방향을 잡았다. 하나는 확충. 5년간 국방예산을 230조원이 아니라 250~280조원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른 하나는 절감으로 인력구조 개편과 불요불급한 무기 도입 보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K-2 흑표전차가 이런 구도에 걸렸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680대로 잡혔던 생산량이 국산 파워팩의 신뢰성 논란이 불거진 끝에 206대로 축소됐다가 3차 양산 결정으로 간신히 306대로 결정된 물량이 다시 축소를 앞두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도태 대상이 구형 전차이며 현궁대전차 미사일과 천무시스템 개발 배치, 아파치 공격헬기 전력화로 대전차 전력지수가 높아지기는 했다. 그러나 2,400여대가 넘던 전차 전력의 1,700 여대로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당장 제작사인 현대 로템에는 비상이 걸렸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숨죽이며 추세를 지켜 보고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