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해킹을 당한 암호화폐 거래소 유빗이 이름을 새로 바꿔 영업을 하기로 해 ‘간판 세탁’ 논란이 일고 있다. 간판을 바꿔 영업을 하면 해킹을 당한 거래소라는 이미지는 싹 씻을 수 있지만 고객들에게는 과거 이력을 사실상 속이는 것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해킹으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투자자 구제는 뒤로하고 영업재개를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유빗은 최근 홈페이지에 코인빈으로 서비스를 이전한다고 공지했다. 이를 위해 코인빈은 유빗을 운영해온 야피얀을 21일 인수하기로 했다.
야피얀은 암호화폐 거래소 야피존을 운영해왔는데 지난해 4월 해킹으로 55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탈취당했다. 야피얀은 피해자 반발과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6개월 만에 유빗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그해 12월 또다시 해킹사고가 발생해 170억여원을 털렸다. 당시 유빗은 해킹 사실을 뒤늦게 밝히면서 파산 절차를 밟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투자자 반발을 샀다. 그러다 약 한 달 뒤 파산이 아닌 회사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꾸면서 다시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고의적인 해킹 사고가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해킹으로 손실을 본 유빗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름을 바꾸는 것은 해킹에 대한 배상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피해자는 “두 차례나 해킹당한 것도 황당한데 소유권을 다른 사업자로 넘기면서 배상 책임을 외면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 거래소가 수차례 해킹 사고에 노출된 것과 관련해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중소 거래소들은 대형 거래소에 비해 자본력이 미약하다 보니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미흡한 수준”이라며 “정부의 보안 가이드라인만 준수해도 해킹 사고 발생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이 어렵더라도 보안 가이드라인 준수만 해도 해킹 확률을 낮출 수 있지만 중소 거래소들은 그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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