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G2(미국·중국)의 무역전쟁까지 외부악재에 국내 증시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급등하며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 시켰다. 특히 코스닥 바이오주들은 회계 이슈까지 겹치며 투매가 나타났다. 신라젠 11.47%, 바이로메드가 11.58% 하락했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도 4.84% 떨어진 10만2,300원으로 간신히 10만원대를 유지했다.
일단 G2의 무역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가 관건이다. 양국이 서로 관세 대상 품목을 늘려가며 ‘확전’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규모 관세 부과는) 미국 물가상승 압력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될 경우에는 글로벌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양쪽 모두 경계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반등을 예측하기는 이르다. ‘현금보유도 투자전략’이라는 증시격언처럼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 확대로 조정 장세가 이어질수록 1·4분기 기업 실적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전년 대비 상승률이 높은 업종과 주가순이익비율(PER)이 낮아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종목에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변동성에 숨죽인 시장이 대외 이벤트에 다시 상승세를 탈 경우 가장 먼저 반등에 나설 종목이 실적주이기 때문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1·4분기 실적 개선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년대비 1·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의 상승률이 높은 업종은 증권(69.59%), 전기·전자(40.33%), 의약품(31.7%), 건설업(8.69%), 유통업(5.41%) 등이 있다. 반면 통신업(-1.24%), 은행(-14.42%), 보험(-71.5%) 등은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과 보험 등 금융업종은 금리 인상기 최고 수혜주로 꼽히지만 지난해 1·4분기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컨센서스가 나쁘게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종목별로 보면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정보기술(IT)주의 펀더멘털이 가장 탄탄해 향후 실적 장세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날 유안타증권은 올해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64조원으로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다시 한 번 기록할 것이라며 목표주가 380만원을 유지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개선되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261조원, 64조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9%, 20% 개선된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이 관세 부과 품목에 중국의 IT 및 전자제품을 포함할 경우 여파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이번 미국의 조치가 노리는 주요 표적 중 하나가 중국의 첨단 ‘IT 굴기’인 만큼 현재 대중(對中) 수출 품목 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가 거의 80%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장주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자칫 IT 주도의 강세장이 꺾일 수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종 외에는 지난해 대비 실적이 급등하거나 PER가 낮은 종목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 대비 주가가 오르지 않은 종목들에 대한 선행 투자가 유효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해당 종목들로 두산(000150)·한국금융지주(071050)·삼성생명 등을 추천했다. 대표적으로 두산의 경우 1·4분기 전년대비 실적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되고 12개월 선행 PER도 11.1배로 낮은 수준이다./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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