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러시아 등 세계 패권국의 신냉전 구도는 최근 인도와 동유럽에서 형성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인도·태평양 전략’을 채택해 중국과 영토 갈등을 겪고 있는 인도를 포섭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의 동유럽 포섭과 군비 증강에 맞서 미국·유럽의 공동안보협의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맞대응하는 양상도 이어지고 있다.
가우탐 밤바왈레 주중국 인도대사는 2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인도·중국의 국경 지역인 도클람에서 양국 군이 73일간 대치했던 상황에 대해 “당시 중국군이 현상유지 상태를 변경했고 이 때문에 인도가 대응한 것”이라며 중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일환으로 파키스탄에 인프라를 건설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에 대해서도 “인도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과 영토 분쟁으로 외교적 골이 깊어진 인도에는 미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호주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채택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인도·호주와 4자 협력체 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인도에 현존 최강 공격용 헬기로 평가받는 AH-62E ‘아파치 가디언’ 헬기를 6대 판매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아파치 가디언은 중국과 국경분쟁을 벌여온 인도 서부전선에 집중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무력 합병한 후 동유럽에서 나토와의 갈등도 첨예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2025년까지의 군비계획에서 해군에서 육군으로 군비 증강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2011년까지 해군력 증강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던 러시아 정부가 올해부터 8년간 17조루블(약 317조원)을 투입, 육군과 특수전 전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동유럽에서의 안보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벨라루스에서 10만 병력과 680여기의 군사 장비를 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나토는 지난해 7월 정상회의에서 폴란드와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 최대 4,000명에 달하는 4개 대대 병력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냉전 종식 이후 26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병이다. 미국도 이에 호응해 지난해 순환기갑 여단과 특수임무대 병력 900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영국 또한 주력 타이푼 전투기를 루마니아에 추가 배치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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