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탈모치료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가 많다. 이번 칼럼은 이런 잘못된 정보에 대해 바로잡는 내용이니 탈모로 고민하는 분들은 꼭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필자가 탈모 진료를 할 때 아무리 강조해도 대부분 수긍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실이 있으니 머리칼이 많이 빠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본인이 탈모를 겪고 있는 입장에서는 빠지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감정적으로 대처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즉 서둘러서 무작정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필자가 보기에 탈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뿐 아니라 탈모라는 용어 자체도 잘못되어 있고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 등 몇몇 질환을 제외하고는 탈모 전반에 걸친 확실한 의학적 프로토콜이 없기 때문에 일반인뿐 아니라 의사들조차 탈모는 빠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여 치료하고 있다.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 등은 말할 필요조차 없고 병원이든 두피관리실이든 탈모를 치료하는 곳을 방문한다고 가정해보자. 방문하는 분은 이미 자기가 탈모라고 생각하고 찾아갔으니 치료를 해주는 입장에서는 그냥 돌려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미용실 같은 경우는 탈모 때문에 간 것도 아닌데 탈모에 좋은 방법이 있다고 자연스럽게 치료 아닌 치료를 유도하기도 한다.
“탈모가 있으시네요. 늦기 전에 잘 오셨어요.” 대부분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말하고 치료에 들어간다. 탈모가 있어 방문한 분은 치료를 시작했으니 늦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말 탈모가 있었던 것일까? 늦지 않아 다행이 아니라 찾아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수도 있으니 탈모치료를 시작한 것 자체가 잘못인 경우도 많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탈모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아주 잘못된 치료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탈모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물리적인 면만 보면 잘못된 치료 혹은 불필요한 치료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올린 네이버 의학정보에 따르면 탈모란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두피의 성모(굵고 검은 머리털)가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색깔이 없고 굵기가 가는 연모와 달리 빠질 성모가 경우 미용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정의 내리고 있다.
탈모로 걱정하는 분들의 심리는 거의 100% 탈모로 인해 자신의 외모가 보기 흉해질 것을 미리 짐작하고 두려워한다. 젊은 남자분들은 대머리가 되면 어떻게 하나 미리 걱정하고 여성분들은 머리가 듬성듬성해 보이면 어떻게 하나 미리 걱정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모발은 젊음과 건강의 상징이기 때문에 모발이 듬성듬성하거나 머리에 비는 곳이 생기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나이도 더 들어 보인다. 그렇지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듬성듬성하지도 않고 머리에 비는 곳도 없는데 머리가 많이 빠진다고 미리 걱정하고 치료를 서두른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탈모가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것이고 굵은 모발이 빠지는 것이라 했는데 이 정의 자체에도 큰 문제가 있다. 굵은 모발이 빠지는 것이 탈모가 아니라 굵은 모발이 자꾸 빠져서 점점 가늘어지는 것이 탈모이다. 굵은 모발은 탈모가 없는 사람도 항상 빠지고 주변 환경이나 신체변화에 의해 일시적으로 많이 빠질 수 있다. 즉 굵은 모발이 빠진다고 모두 탈모라고 볼 수 없다. 또 서울대병원은 미용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는데 필자의 판단으로는 미용상의 문제를 일으켜야 탈모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미용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전부터 탈모를 걱정하는데 미용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탈모는 치료할 필요가 없다. 즉 탈모가 없는데도 치료하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탈모치료 이전에 본인이 정말 치료해야 하는 탈모인지 진단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샴푸나 토너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탈모 상품들은 탈모치료라기보다는 모발을 건강하게 보이게 하는 작용이 더 강하다. 탈모는 모발의 뿌리 부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뿌리 부분에 효과를 주지 못하는 제품들은 단지 머리칼에 볼륨감을 주고 윤기 있게 해주는 것으로 탈모치료라기보다는 화장으로 커버하는 정도로 봐야 한다.
필자의 임상 경험적 판단으로 탈모를 다시 의학적으로 정의 내리면, 탈모란 모발이 실제 모주기보다 자주 빠져서 점차 가늘고 짧아져 미용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탈모가 있건 없건 모발에는 모주기라는 것이 있어서 몇 년에 한 번씩은 빠졌다가 수개월 안에 그 자리에서 다시 자라 나온다. 탈모가 있건 없건 모발 숫자가 더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일은 없다. 치료한다고 해도 모발의 개수가 증가할 수는 결코 없고 치료를 안 해도 모발의 개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단지 탈모는 모발의 굵기가 가늘어지는 것이다.
물론 화상 등으로 인한 영구적인 탈모는 서울대병원의 정의가 맞을 수 있겠지만, 일반 사람들이 겪는 대부분의 탈모에는 전혀 맞지 않는 말이며 대다수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탈모와 실제 탈모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빠진 모발은 반드시 다시 자라나오며 머리가 빠졌다고 우리가 걱정하는 탈모는 전혀 아니다.
정상 모발도 빠졌다가 다시 나온다는 것은 탈모나 모발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뿐 아니라 두피관리실에서도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머리가 빠지면 그 자리가 영원히 비게 되어 많이 빠질 경우 금새 듬성듬성해지거나 대머리가 될 거라고 모든 사람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그런 심리를 이용해서 탈모 치료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불필요한 치료를 유도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빠진 모발은 수개월 안에 다시 그 자리에서 자라 나온다.
탈모치료는 근본적으로 머리가 자라는 기간을 늘려주고 빠져있는 기간을 줄여주는 것으로 모발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모발의 굵기를 굵게 해서 머리칼 사이로 두피가 비쳐 보이는 것을 완화시켜 주는 것이다.
극소수 희귀 질환을 빼고는 탈모치료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하지 않으며 머리가 빠질 때가 아니라 미용상으로 문제가 생기는 시기가 치료 시작의 적기이다. 머리가 갑자기 많이 빠진다고 무작정 치료부터 생각해서는 안 된다. 탈모의 원인부터 찾고 그 원인에 따른 치료 방법을 수립한 후 치료를 시작해야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 단순한 시행착오가 아니다. 필자의 모발이식 클리닉에서는 수년 심지어 수십 년에 걸쳐 잘못된 치료를 계속 해온 분들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물론 원인을 알 수 없는 탈모도 있지만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같이 확실한 원인과 최우선의 치료방법이 존재하는 탈모들이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치료 시작 전에 제대로 된 진단이 필수이다. 유전에 의한 탈모의 확실한 자가 진단법과 최우선의 치료법은 필자의 칼럼 13~16회를 참조해 주시기 바란다.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는 인터넷상에서 탈모치료의 확실한 방향을 찾을 수는 없다.
필자의 모발이식 클리닉에서 진료하다 보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갖 의미 없는 탈모치료를 해본 분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 탈모 시장 규모가 크고 관련된 기업들이 많아 자본에 의한 무분별한 홍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필자나 몇몇 의사들의 힘만으로는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탈모인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탈모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행위를 하면 결코 안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바다가 빗물에 젖지도 않겠지만 오늘도 키보드 앞에서 단어 하나하나 고민하며 밤늦게 칼럼을 쓰는 필자의 이런 작은 노력조차 없으면 진실은 영원히 요원할 것이다.
/okhairline@naver.com
옥건 원장은···
▲가톨릭의과대학 졸업 ▲옥건헤어라인의원 원장 ▲국제모발이식학회(ISHRS) Best Practical Tip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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