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032830)이 부동산신탁업에서 철수한다. 계열 부동산신탁회사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사업 재편에 나설 계획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계열사인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50%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딜을 진행 중이다. 생보부동산신탁은 지난 1998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지분 50대50으로 설립한 회사다. 예비입찰에는 국내 금융회사와 건설사 및 사모펀드(PEF) 운용사, 부동산개발회사 등 10여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부동산운용에 탁월한 강점을 가졌던 삼성생명이 보유한 신탁사의 지분이라는 점에서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몰렸다.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신한금융지주와 현대산업(012630)개발을 포함해 다수의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쟁호가방식(프로그레시브딜)의 최종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이 매각하는 이번 지분의 가격은 1,000억원 전후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 자금을 사업구조 재편에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선 후 각 계열사의 본업에 집중하는 한편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부동산신탁회사는 금융회사로 분류돼 지분 인수를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보다는 금융사인 신한금융지주가 더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와 업계 1위를 두고 다투는 만큼 이번 지분 인수로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하고 덩치도 키울 수 있다. 다만 한 신탁업계의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신탁회사 11곳이 지난해 거둔 수익이 전년 대비 28%가량 늘어나는 등 유망 업종인 만큼 현대산업개발도 강하게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생보부동산신탁은 2016년 매출 467억원에 영업익은 200억원이 넘었다.
앞서 삼성생명은 공동 소유주인 교보생명에 지분 매각을 타진했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제3자 매각 작업이 추진 중이다. 교보생명 역시 제3자 매각에 동의했다. 삼성생명은 인수 후보가 정해지는 대로 교보생명에 알릴 예정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인수 후보군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2~3개의 부동산신탁회사 면허를 새로 발급해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2009년 코리아신탁과 무궁화신탁 인가 이후 9년간 신규 업체의 진입을 제한해왔다. 신규 업체 진입으로 향후 신탁회사의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률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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