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JV)가 국토교통부의 조건부 설립인가를 받았다. 동남아시아 노선에 강점이 있는 대한항공과 미주 노선에 강점이 있는 델타항공의 강력한 결합이 최종 성사됨에 따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T2)이 일본의 나리타공항을 넘어서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이 미국 델타항공과 체결한 제휴협정에 대해 지난 28일 조건부 인가했다고 29일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중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제휴협정 인가 신청을 접수했다. 이후 관련 법령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경쟁제한성에 대한 공식 의견을 요청하고, 소비자 전문가 간담회, 공청회 등을 통해 내부 검토를 진행해 왔다. 최근 공정위의 의견을 반영해 조건부 인가로 최종 결론 지었다.
JV가 출범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 77개 노선과 델타항공의 미주 271개 노선 간 연계가 강화된다. 승객 입장에서는 동일한 노선에 다양한 시간대의 항공편을 제공받을 수 있어 선택권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또 마일리지의 상호 인정 범위가 확대돼 혜택이 늘어난다.
다만 JV가 출범하면 미주 노선 중 점유율이 50% 이상인 독과점 노선이 8개나 생기기 때문에 ‘조건’을 붙였다. 국토부는 한~미 노선 전체에 대한 공급석을 유지하도록 하고, 인천~시애틀 등 일부 노선에서는 현재 공급좌석 축소를 금지했다. 또 매년 소비자 혜택 실현 내역 등에 대한 성과를 보고토록 하고, 운임 자료를 제출받아 운임 변화 모니터링도 실시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JV 설립이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화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델타항공은 인천공항 T2 개장 시기에 맞춰 ‘나리타~괌’ 노선을 없애고 대한항공의 ‘인천~괌’ 노선으로 대체한다는 노선 효율화 계획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또 미국 애틀랜타와 포틀랜드ㆍ미니애폴리스~일본 직항 노선이 사라지고 무조건 인천을 경유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미주 승객들의 동남아 관광객 수요도 T2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1회 성과보고 등을 통해 사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3년 후 제휴협정의 효과를 재검토해 양사의 지배적 노선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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